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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2년 뒤의 기회 미리 대비해야

10월 20일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으로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총 7곳을 선정했다.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2026년부터 2년 간 매달 1인당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게 된다.

농어촌에 사는 누구나 매월 받는 15만 원, 하동 행정은 기회조차 외면

농식품부는 9월 17일에 농어촌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69개의 군을 대상으로 9월 29일부터 10월 13일까지 신청을 받았고 총 49개의 군이 응했다. 경남은 거창, 남해, 함양이 참여했다. 하동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10월 20일에 농축산과 최은숙 과장은 SNS를 통해 “재정확보가 어려워 부채행정 발생 가능성이 높아”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향후 정부 재원 지원의 확대가 이루어지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하동군의 소극적인 대응은 “만약 충남도가 돈을 안 주면 전액 군예산으로 이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시범사업에 응모하고 결국 선정까지 된 충남 청양군의 적극적인 대응과 대비된다.

충남 청양, 공사 중단 및 보조금 지급 중단 각오하며 시범사업에 적극 대응

인구가 3만 명 이하로 줄어 비상이 걸린 충남 청양군은 공공건물 공사를 늦추고 각종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시범사업을 신청했다.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양군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조만간 인구 4만 선이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하동군의 절박함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다. 공공건물 건립, 환경 개선, 특정 연령층에 제한된 지원 등 지역소멸대응기금의 활용이 인구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지금, 주민 모두에게 직접 혜택으로 돌아갈 농어촌기본소득에 대해 하동군 행정이 소극적으로 대응하여 시범사업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9월 24일 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혜수 의원이 농어촌 기본소득시범사업 도입을 촉구하는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하동군 행정이 9월에 부동의했던 기본소득 조례안, 11월엔 통과될까

하동군의 소극적 대응과 무관심은 9월 22일에 김혜수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정영섭·최민경·김민연·박희성 의원이 공동발의한 ‘하동군 기본소득 기본 조례안’에 대해 농축산과에서 ‘부동의’ 의사를 표현한 것에서 이미 확인된다.
9월 25일 본회의장에서 김혜수 의원은 하동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줄 것을 요구하며 5분 자유발언을 했다. 그는 “경상남도가 도비 지원을 거부함에 따라 하동군의 재정 부담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하동군이 앞장서서 경상남도와 협의하여 분담 방안을 마련하고 재정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군민의 소득 안정과 지역 발전 가능성을 재정 문제만으로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라며 거듭 군의 적극 대처를 요구했다. 그러나 하동군 행정은 이를 외면했다.
10월 27일, 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 ‘하동군 기본소득 기본조례안’이 가결돼 11월 7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인근 남해군이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여론에 밀려, 하동군 행정이 이번에는 거부권 등 별도의 행정절차 없이 조례안을 통과시킬 것일지 주목된다.
9월 22일 의회에서 발의한 ‘하동군 기본소득 기본 조례안’(좌), 하동군 행정은 재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부동의’ 의견을 제출했다(우). 해당 조례안은 10월 27일 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 원안대로 가결되었고 11월 7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행정이 이번에도 재의요구를 하는 등 반대의견을 낼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국비 40%, 지방비 60% 부담, 농어촌기본소득 재원 구조 개선되어야

하동군 행정의 소극적인 대처는 질타받아 마땅하지만,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무시한 농어촌기본소득의 재원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2년의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총 사업비는 8867억 원이고, 이 중 국비는 3278억 원, 지방비는 5589억 원을 차지한다. 지자체가 전체 사업비의 60%를 책임져야 한다. 도와 군의 분담 비율은 지자체의 자율로 맡겼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도가 30%, 군이 70%를 부담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경남도는 재정 부담을 피력하며 처음에는 도비 지원을 전혀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18%를 부담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선정된 남해군의 경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2년간 총 1369억 4800만 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국비는 547억 7800만 원(40%), 도비가 246억 5200만 원(18%), 군비는 575억 1800만 원(42%)이다.

지역소멸대응기금 활용으로 69개 군 전체에 월 30만 원씩 지급 가능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농식품부 예산만으로는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중 10%도 감당할 수 없다.”며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지역소멸 위기대응 목적으로 분명히 규정하고 행정안전부를 주무부처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지역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하여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이고, 국비를 대폭 확대할 수 있으며, 월 30만 원씩, 69개 군 전체 실시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2년 후 69개 군 모두에 확대 실시 계획, 하동군도 대비해야

농어촌기본소득운동 하동본부 대표 김창희 씨는 “농어촌기본소득은 농민수당과는 다른 소득원이다. 별다른 혜택이 없는 자영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농어촌 모두에 확대실시되도록 촉구하고,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농어촌기본소득법안이 통과되도록 하고 지방비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요구해 나가야 한다. 하동 주민들도 기본소득에 관심이 많다. 이걸 모아내고 공론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농식품부는 시범사업에 대해 지역주민 만족도,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구조 변화 등 주요 지표를 세워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정책 효과를 분석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소멸 위기 지역 전체에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2년 뒤에 준비하면 늦다. 기회를 두 번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동군은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