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 12·3내란 1심 결심공판이 있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게 사형이 구형되었고 공범자들도 무기징역형 등 중형이 구형되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그 공범자들은 작년 6월 5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특별법’에 의해 내란 및 외환 등 11개 항목에 대해 수사받고 기소되어 1심 결심공판이 있었고, 2월 19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윤석열의 망상은 내란을 일으켰고, 윤석열과 공범자들의 정치적 일탈 행위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철저한 응징만으로 내란을 청산했다고 할 수 없다. 12·3 내란이 발생한 이후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시민사회, 정치계, 학계 등에서는 1987년 체제 이후 자리잡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지역주의에 기반한 승자독식의 양당 정치구조’, 1990년대 말 ‘신자유주의 이후 심화·확대된 불평등과 차별’이 우리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봤다. 내란세력에 대한 단죄와 더불어 우리의 망가진 대의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정치개혁과 사회개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내란 이후 탄핵까지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집회가 있었는데 여의도 국회 앞에서도 매주 토요일 십여 차례에 걸쳐 적게는 수십만 명, 많게는 백만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모인 시민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권력 분산과 지역 분권, 시민권 확대’를 통해 승자독식이 아닌 협치에 의한 정치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지역주의에 기반한 양당의 정치 독점 지배를 바꾸기 위해서는 표의 등가성 인정과 선거구제를 바꾸는 선거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개헌은 시대적 요구”
자연스럽게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은 개헌을 공약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개헌에 대한 구상을 밝히면서 빠르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또 우원식 국회의장도 “개헌은 지난 4개월, 극심한 갈등과 혼란으로 온 국민이 겪은 고초를 대한민국 대전환의 기회로 바꿔내자는 시대적 요구입니다.”라고 하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러나 지난 6월 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탄핵 광장의 시민들과 사회 각계각층에서 요구했던 개헌 등 정치개혁의 과제는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
윤석열이 내란을 획책한 2025년 12월 3일부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을 결정한 작년 4월 4일까지 4개월 동안 시민들은 광장을 지켰다. 엄동설한에 여의도 국회 앞에서, 남태령에서, 한남동에서, 어느 지방의 소도시에서 윤석열에 의해 짓밟힐 뻔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시민들의 힘과 정치권의 협력으로 윤석열은 파면되었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광장의 시민들이 떠난 자리를 정치권이 차지하였고 ‘3대 특검’이 시작되었다. 시민들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동조자들의 죄상이 낱낱이 밝혀지고 처벌받기를 누구보다 바랐다. 뿐만 아니라 무너진 우리의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광장에서는 휘날리는 깃발 수만큼이나 변화에 대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공이 정치권으로 넘어가면서 개헌 등 정치개혁과 사회개혁에 대한 열망은 묻혀버렸다. 그리고 자신들의 처지와 이해관계에 따라 내란을 바라보는 시선이 때로는 미묘하게 때로는 커다랗게 달라지는 정치인, 관료, 지배 엘리트들의 처신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정치판의 끝없는 반목과 이전투구는 변한 것이 없고, 때론 코미디에 가까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이다.
거대 양당의 마음은 ‘지방선거 승리’에 가 있어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란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지언정, 당면한 관심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에 가 있다.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국회의원 다수가 연루된 통일교 게이트와 민주당 소속 김병기, 강선우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 때 저지른 공천헌금, 뇌물수수 혐의 등 정치권의 대형 비리·부패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며 가려지는 형국이다.
지방선거를 불과 몇 달 앞두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대전·충남 통합’, ‘광주·전남 통합’이 상명하달식으로 진행되며 속도전을 내고 있다. 지방정부의 미래와 지역 주민의 삶이 직결된 중요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지방선거를 겨냥하여 정략적으로 결정을 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통합의 명확한 근거와 지역 주민들의 생각을 모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 김병기 의원을 둘러싼 많은 정치적 비리와 부패를 ‘시스템 에러가 아닌 휴먼 에러’의 문제로 축소하여 몰아가고 있다. 이것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지역주의에 기반한 양당 정치 독점이 낳은 고장난 정치 시스템의 한 단면인 것이 분명함에도 말이다.
개헌 등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완전한 내란종식과 민주주의를 보다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개헌을 포함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쟁점을 살펴보면, 대통령 4년 연임제로 할 것인지, 의원 내각제로 할 것인지, 국회의원 단원제로 할 것인지. 상·하 양원제로 할 것인지, 대통령의 권한을 어떻게 분산시킬 것인지,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어떤 선거구제를 할 것인지,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것인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지방정부의 분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는 무엇인지, 국민소환권·국민발안권·국민투표권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등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겪어 왔던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곱씹어 본다면, 복잡해 보이지만 오히려 쉽게 해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힘’이다, 시민이 변화를 주도해야
민주주의는 ‘시민의 힘’이다. 대의민주주의도 시민의 힘에서 나올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1년여 동안 이것을 경험했다. ‘시민의 힘’이 없었더라면 윤석열의 탄핵도 파면도 어려웠을 것이다. ‘시민의 힘’이 정치권으로 흡수되고 대체되었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도 지금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다. 더구나 정치개혁은 정치권 엘리트 집단의 개인 간 집단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려있는 문제이다. 그들은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다시 ‘시민의 힘’으로 압박하고 강제해서 시민의 정치적 요구에 협력하게 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거대 양당의 정치 카르텔을 끊어 내고 ‘시민의 힘’이 작동되는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