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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보리 베요?

Eco 창: 하동에서 만나는 생태 이야기 ⑤

영감 보리 베요?

강경범
하동읍, 하동생태해설사
“강군, 쟤네들이 뭐라는가?” “예? 예? 도무지 모르겠는데요.” 선생님은 헤헤헤 천진한 소년처럼 웃으며 쟤는 “영감 보리 베요?”라고 하고, 쟤는 “어쩔시구!”라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희한하게 꽃들의 잔치가 끝나는 무렵부터는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이 잠을 깨운다. 마침 선생님과 식사를 하고 난 뒤 소화를 시킬 겸 산책을 할 때면 새들이 이렇게 지저귀는 거였다. 지금에야 하동생태해설사회에서 가르쳐주는대로 공부하고 나니 “영감 보리 베요?”라고 하는 애는 섬휘파람새에 가깝고, ‘어쩔시구!’ 혹은 ‘내려놓고!’라고 하는 애는 검은등뻐꾸기인 것을 알았다. 중문학계에선 누구든 존경하는 성균관대학교 총장을 지낸 스승이어서 무슨 말씀을 하더라고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주변의 꽃과 새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지시는 깊은 통찰에 얼마나 우러러 뵈던지... 선비는 당연히 저래야 된다는 의식이 못 박힌 것 같다.
우린 새에 대해 말하면 우포늪, 순천만, 서천금강 하구, 낙동강 하구, 가창오리로 유명한 울산 태화강, 천수만 등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동 섬진강의 물길을 따라 찾아오는 흰죽지, 비오리,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 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황새 등등이 있다면 과연 하동군민조차도 믿을까? 겨울 철새인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사는 하동 주변이나 지리산 설산습지로 가보면 여름 철새들이 어느덧 찾아와 있다.
얼마 전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화제에 매몰된 적이 있었다. 아직 확실한 답을 찾진못했으나 비겁하지만 누가 주인이건 대충 “같이 살자.”라는 결론에 가깝게 서 있다. 저들이 없으면 우리가 살 수 있을까? ‘후루룩 삐죽’이라 운다는 직박구리 소리를 통해 지구의 주인이라고 큰소리치는 우리 인간도 피죽 한 그릇이 못내 아쉬울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오늘 아침에 저들이 뭐라고 하나요? 빨리 보리 베라고 하나 요? 아니면 마음을 내려놓고 살라고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