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9일 18시, 평사리 모래밭에서 본 섬진강의 모습이다. 수량이 풍부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전날 온 비의 영향과 함께 상류에 위치한 두 개 댐의 방류량 증가가 가져온 현상이다. 이날 섬진강 수량을 결정한 두 댐의 방류량은 섬진강댐 24㎥/s(약 200만 톤/일)과 주암댐 17㎥/s(130만 톤/일)이었다. 어민들과 시민단체가 섬진강 하류 생태계 보전을 위해 흘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물의 양과 같다.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면 이같은 모습은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부가 호남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문제와 관련해 “하루 100만 톤 이상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말만 들으면 물이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물의 양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물을 어디서 가져올 것인지, 반도체 공장에 쓸 수 있을 만큼 깨끗한 물인지, 그리고 그 물을 가져갔을 때 다른 지역에 피해가 생기지 않는지가 빠져있다.
섬진강 유역의 평균 강우량은 섬진강하구 기준 1397.6mm이다. 강우량을 기준으로 한 유역 내 수자원 총량은 68억 6380만 톤이다. 이 가운데 증발 등으로 손실되는 양이 36억 2200만 톤, 홍수시 바다로 빠져나가는 양이 23억 2000만 톤이다. 그리고 평상시 섬진강을 흐르는 물의 양은 불과 9억 2200만 톤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8억 2200만 톤이 유역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불과 1억 톤 만이 하동을 지나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다. 하루 평균 27만 4000톤인데, 초당 약 3.2톤(3.2cms)의 물이 흐르는 셈이다.
호남의 주요 강인 영산강과 섬진강은 한강이나 낙동강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다. 영산강 유역은 3455㎢, 섬진강 유역은 4911㎢다. 반면 한강은 2만 6219㎢, 낙동강은 2만 3384㎢이다. 쉽게 말해, 유역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 자체가 다른 것이다.
물론 농업용수까지 모두 계산하면 숫자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영산호 같은 곳에 있는 물까지 포함하면 하루 100만 톤이라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은 아무 물이나 쓸 수 없다.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는 매우 깨끗한 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댐이나 광역상수도에서 물을 끌어와야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이미 기존 댐의 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섬진강의 경우 동복댐, 보성강댐, 주암댐, 주암조절지댐, 섬진강댐, 다압취수장 등에서 취수된 물이 다른 유역에 공급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반도체 공장에 쓸 물을 추가로 빼내면 하류로 내려와야 할 물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섬진강 하류의 염해 피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하천유지유량이 정해져 있어도, 실제 하류에 도달하는 물이 적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암댐 등에서 하천유지유량이 방류되더라도 중간의 다압취수장에서 다시 물을 가져가면, 하류로 내려가는 물은 줄어든다. 따라서 서류상으로는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고 해도, 실제 섬진강 하류 주민들이 체감하는 물의 양은 훨씬 부족할 수 있다.
농업용 저수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쉽게 말할 일이 아니다. 농업용수는 농사를 짓기 위해 이미 계획된 물이다. 이를 산업용수로 돌리거나 우회적으로 사용하면 가뭄 때 농민들이 쓸 물이 부족해질 수 있다. 반도체 공장을 위해 농업과 하류생태계가 피해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물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댐에서 얼마를 가져올 것인지, 그 물을 가져가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그리고 하천유지유량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하류염해 피해가 더 심해지지는 않을지 살펴야 한다. 반도체는 중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지역의 강 생태계와 농업, 주민들의 삶과 지역의 문화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
호남 지역 반도체 공장의 공업용수 문제는 단순히 공장에 물을 공급하는 문제가 아니다. 강을 살릴 것인지, 하류 주민들의 피해를 외면할 것인지, 국가가 물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나눌 것인지의 문제다. 정부는 총량 숫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유역 전체의 피해와 책임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