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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통폐합 논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올해 하동고의 입학생은 67명, 하동여고의 입학생은 33명에 불과하다. 학생 수의 감소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됨에 따라 소규모 시골 학교의 교육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좌) 하동고 / (우) 하동여고

고교학점제와 내신체계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

‘고교학점제’란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이다. 2022년에는 특성화고, 일반고 등에 이 제도를 부분 도입하고 2025년에는 전체 고등학교에 전면 시행된다.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동일한 과목을 공부하는 현 교육체계에서 탈피하여 대학생처럼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따라 시간표를 짤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혀주기 위 해서 시행되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를 실현하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에 따른 다양한 수업개설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타 학교 수업 및 온라인 수강, 학교 밖 전문가의 참여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하동고와 하동여고의 경우, 공립과 사립이라는 걸림돌로 인하여 교차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온라인 수업은 학교 수업 시간 외에만 가능하고 시험을 타 지역에 가서 치러야 하는 등의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 지역에는 외부 강사 등 인력풀(Pool)이 없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표1] 행정구역별 직위별 교원 수(교육통계서비스, 2021)
이런 악조건에 더하여, 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 정규 교과과목조차 제대로 개설되지 않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하동여고에서는 학생수가 부족하여 물리, 지구과학 등 이과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이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선택권이 박탈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이러한 불평등과 더불어 도·농간의 교육격차가 더욱 심해질 우려가 있다.
학생 수의 감소는 내신산정에서도 문제를 발생시킨다. 현행 내신 9등급 체계에서 적은 인원을 9개 등급으로 나누다 보니 우수한 학생도 작은 점수 차이로 내신등급이 떨어지는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하동여고의 경우 전교 1등만이 1등급을 받게된다.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힘겨운 고교생활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와 고교학점제가 가져오는 또 다른 문제들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의 외부 진학이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될 경우 다양한 과목이 개설된 도시지역 학교로 학생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학생들의 도시진학은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학생수 감소로 농촌지역 학교를 존폐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교육시설투자 등 교육재정지원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학생 수의 감소와 함께 진행되는 고교학점제는 도시와 농촌의 교육적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

고교통폐합, 학생 수 감소와 고교학점제에 대한 해결책

학생 수 감소와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나, 예상되는 문제들에 미리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고교통폐합’이다. 고교통폐합은 2014년 윤상기 군수의 초선 공약사업이기도 했다. 당시 군에서는 위원회를 만들어 통폐합을 추진하려 했으나 사학재단의 반대로 공론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하동군과 교육청은 별다른 노력 없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동군 교육담당자는 “적정규모학교 추진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군은 학교통폐합에 열려 있지만, 먼저 나서서 추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담당 장학사 또한 “두 학교의 총 학생수가 현재로서는 통폐합의 대상이 아니다. 전교생이 60명 이하일 경우만 통폐합의 대상이며, 교과 과정의 부족은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으로 대신할 수 있다”라는 입장이다.
전남 영암의 경우, 영암여고가 사립재단 소속이고 영암고는 공립학교이다. 학생 수도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그러나 두 학교는 모두 고교통폐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각자의 입장을 가지고 2020년부터 꾸준히 공청회를 열며 통합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하고 있다. 교육환경의 변화에 학교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시도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고교통폐합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고교통폐합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향후 10년을 보자면 계속되는 학생 수의 감소는 학교의 존립 자체를 어렵게 할 것이 분명하므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 우선 고교통폐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집단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사립재단과 공립학교를 관할하는 교육지원청, 각 학교의 학부모와 동창회, 그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들의 다양한 의사를 확인하고 그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
사립과 공립의 경계를 넘어 아이들의 교육을 먼저 생각한다면 고교통폐합을 공론화하는 작업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학교통폐합은 1~2년 이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대비는 미리 해야 하고 지금이 그때임을 하동군과 교육청 학교관계자는 알아야 한다.

2022년 3월 / 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