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분노의 윤리학>이란 영화가 있었다. 분노와 윤리의 조합이라, 참 묘한 결합이다. 그러나 영화는 나름 좋은 메시지를 준다. 이 영화엔 ‘평범한’ 사람들이 나오지만, ‘악의 평범성’(한나 아렌트)이란 말처럼 평범한 자들이 저지르는 악행이 중심이다. 구체적으로 도청, 살인, 사채, 간음등, 매일 언론에서 볼 수 있는, ‘통상적’ 사건들!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어느 날 아리따운 여대생진아가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이 죽음을 둘러싼 주변인들은 평소에 상호 무관하고 나름 ‘평범’했지만, 이제 진아의 죽음을 계기로 운명 공동체처럼 서로 엮인다. 그 여대생의 옆집에 살면서 그녀를 도청하는 경찰(김정훈), 삼촌을자임하던 잔인한 사채업자(박명록), 끝난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토킹하며 괴롭히던 옛애인(한현수), 아내 모르게 불륜을 저지르던 대학교수(수택), 이 네 명의 남자들이 그녀를 공통분모로 한 특수 공동체를 형성한다. 분노의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