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두 번째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점점 번화해지는 경주를 떠나 평화로운 이곳 하동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우리의 첫 집은 주인이 바뀌며 사라졌다. 집을 팔 땐 ‘집이 예쁘니... 새 주인이 고쳐 쓰려나?’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집은 우리 눈에만 예뻤다. 손 닿지 않은 곳이 없어 소중한 우리의 집은 누군가에겐 취향에도, 목적에도 맞지 않았다. 집을 철거하고 새로 지을 거라는 말에 이사 준비가 더 바빠졌다. 집을 직접 철거해 이사 갈 집에서 쓸 수 있는 것을 모두 가져왔기 때문이다. 장판, 문과 창문, 변기, 세면대와 샤워기, 목재, 조명, 전선, 스위치, 바닥에 깔린 보일러까지. 이삿짐을 싸는 것보다 자재를 해체하는 일이 더 힘들고 오래 걸렸지만, 버려질 것들이었고 우리는 새롭게 사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경주 집에서 이고 지고 온 것을 하동 집에 다시 깔고 달고 설치했다. 새것을 사서 쓰는 것보다 손이 더 많이 갔지만 돈을 아끼고 철거 쓰레기를 줄였다는 생각에 작은 기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