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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의,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을 위한 ‘선거 룰(Rule) 야합’

[표] 공직선거법·정당법 개정 주요 내용과 쟁점

6·3 지방선거 코앞 두고 통과된 공직선거법·정당법… 양당 카르텔 제도화에 민주주의 후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남겨놓은 지난 4월 18일, 국회가 전격 처리한 공직선거법 및 정당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석 의원 213명 가운데 찬성 184명, 반대 4명, 기권 25명이라는 압도적인 찬성의견으로 통과된 이번 개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참정권 확대와 지방의회 비례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질적인 결과는 6·3 지방선거를 거대 양당의 독점 무대로 만들고, 소수 정당의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인 ‘기득권 수호 정치개악’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다양성을 잃고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 쟁점들을 짚어본다.
‘5% 지지율 장벽’에 막힌 지구당, 거대 양당만 이득
가장 뜨거운 쟁점은 22년 만에 사실상 부활한 ‘지구당 제도’다. 지구당은 과거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수 사건을 계기로 ‘돈 먹는 하마’이자 정치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2004년 여야 합의로 전격 폐지됐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원외 정치인의 활동 공간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지역 사무소 설치와 후원금 모금을 합법화했다.
문제는 개정안에 포함된 기형적인 제한 조항이다. 국회는 ‘최근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정당에만 지구당 설치를 허용’하는 독소조항을 삽입했다. 정당법과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활동의 자유를 법적 근거도 없는 ‘여론조사 수치’로 제한하는 “위헌적 발상을 법제화”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전국 단위 조직망과 자금력이 부족한 군소 정당과 신생 정당들은 이번 6·3 지방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지역 거점을 마련할 기회조차 원천 차단당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풀뿌리 지방자치의 기반이 되어야 할 지구당이 거대 양당만 합법적으로 자금과 조직을 독식하는 카르텔의 도구로 변질됐다.”고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결과적으로 현역 의원 중심의 기득권 체제를 공고히 하고, 지구당 부활을 통해 지방 정치를 다시 중앙 권력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헌법재판소의 3% 장벽 위헌 결정마저 무시, 위성정당 꼼수와 사표 양산은 방치
이번 선거법 개정을 통해 시·도의원 등 광역의원 선거의 ‘비례대표 비율’이 기존 10%에서 14%로 상향 조정되었다. 이는 1994년 공직선거법 제정 이후 31년 만에 처음 있는 광역 비례대표 정수 확대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방의회의 비례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거대 정당들이 영·호남 등 자신들의 ‘텃밭 의석 나눠 갖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매섭다.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전면 확대’와 편법 ‘위성정당 금지 법제화’는 철저히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7대 2라는 압도적인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비례대표 의석 배정 기준인 ‘3% 봉쇄장벽’을 그대로 유지했다. 3%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소수 정당을 지지한 표가 모두 사표(死票)가 됨으로써 투표의 등가성과 비례성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비판을 외면하고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기초의원 선거구의 ‘중대선거구제’ 역시 일부 지역(27개 선거구) 시범 실시에 그쳐, 거대 양당이 선거구를 쪼개어 소수 정당의 진입을 막는 구태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되게 되었다. 결국 유권자의 소중한 표를 대량 사표(死票)로 만드는 왜곡 구조가 방치된 셈이다
학생은 당원인데 교사는 정치적 금치산자… 거꾸로 가는 참정권 모순
‘참정권 확대’ 측면에서도 심각한 제도적 불일치와 역차별이 제도화되었다. 정당법 개정으로 정당 가입 연령이 만 16세로 하향되면서, 고등학생도 정당에 가입해 6·3 지방선거에서 자발적인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면 이들을 올바르게 지도해야 할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권리는 이번 개정안에서도 전면 배제되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 및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는 유일한 나라다. SNS에서 특정 후보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조차 처벌받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 시민사회는 “교실에서 학생은 당원으로서 지방선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데, 교사는 정치적 금치산자로 묶여 있는 기형적인 교육 현장이 만들어졌다.”고 비판한다. 근무 시간 외 사적 영역에서조차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과도한 정치적 기본권 침해이며, 지역 교육 행정을 책임질 교육감 선거에서도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원천 차단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지적이 많다.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양당의 ‘밀실 담합’
이번 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 민주주의와 풀뿌리 지방자치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를 거대 양당이 장악한 국회가 스스로 걷어찬 부끄러운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여야 정치권은 주요 중앙 정치 현안에서는 연일 극한의 대치와 정쟁을 이어가면서도, 자신들의 안위와 기득권을 지키는 선거 룰(Rule) 개정 앞에서는 “철저한 밀실 야합을 통해 손을 잡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의 독소조항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쌓아 올린 기득권의 성벽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일시적으로 위력을 발휘할지 모른다. 그러나 다양성과 평등성이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를 외면한 정치는 결국 유권자들의 차가운 외면과 준엄한 심판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진정한 지역 민주주의를 보장하기 위한 시민들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