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 외둔삼거리에 걸린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여러 후보자들의 현수막의 모습이다. 지방선거에서 정책이 실종되었다는 비판은 둘째치고,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도 현수막을걸 수 있어 도시 미관을 해치는 정치인들의 특권을 박탈해야 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본격화되었다. 곳곳에 현수막이 걸리고, 차량 방송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피로감과 불만을 호소하고, 지역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고 지적한다.
최근 하동지역 주요 도로와 교차로 등에는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대거 게시됐다. 비슷한 구호와 사진이 반복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현수막 때문에 정신이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읍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어디를 가도 현수막뿐이다. 누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고 내용도 다 비슷하다.”며 “정작 지역에 필요한 이야기는 안 보인다.”고 말했다.
선거 차량 방송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홍보 음악과 방송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악양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하루 종일 같은 음악과 방송이 반복되는데 너무 시끄럽다. 선거철만 되면 스트레스”라며 “정책 설명은 거의 없고 이름 알리기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개에서 만난 주민 역시 “시끄러워 죽겠다. 주민들 생활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같은 불만과 피로감이 지방정치 자체에 대한 냉소를 깊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인터뷰 과정에서 “정책을 말하든 말든 관심 없다.”, “어차피 선거 끝나면 지켜지는 게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동군 시민단체 하동참여자치연대는 최근 각 후보들에게 지역 현안과 정책 방향에 대한 질의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답변을 보내온 후보는 2명에 그쳤다. 하동군의회 다 선거구 서민호 후보는 “솔직히 주민들 만나는 일이 너무 바빠 질의서를 볼 시간도 없다. 정말 미안하고, 당선되면 꼭 만나 질의서에 담긴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선거구의 오영숙 후보 역시 “질의서에 답변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많은 일들을 소화해 내다보니 답변하지 못했고, 선거가 끝나면 차분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정책질의가 법적 강제성을 갖지는 않는다. 후보자들에게 답변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질의에 응답하지 않은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선거 과정에서 정책 검증과 토론 자체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후보 측에서는 질의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거 꼭 답변해야 하는 거 아니지예.”라며 불편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동참여자치연대 관계자는 “답변 여부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라며 “하지만 지역 현안과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부족한 채 선거가 후보자 개인의 이미지 중심으로 흘러가는 현실은 분명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공약의 경우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계획이나 상위법, 중앙정부 승인 등이 필요한 사업임에도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즉시 추진 가능한 것처럼 제시되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지 않은 채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각종 유치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며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을 제외하면 정작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정책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지역 산업 쇠퇴, 돌봄과 의료 문제 같은 핵심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보다 보여주기식 선거운동에 집중되고 있다.”며 “지방선거가 정책 경쟁이 아니라 얼굴 알리기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홍보와 이미지에 치우친 채 선거운동이 지역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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