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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사만에 찾아온 당근부리, 검은머리물떼새가 묻는다

세계적으로도 귀한 손님이 갈사만을 찾았다. 지방선거 이후 갈사만의 미래는 어떻게 그려질지, 당근부리가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진 제공 : 구례 정정환, 생태전문가

개발인가, 살아 있는 갯벌의 보전인가

갈사만에 검은머리물떼새 5마리가 찾아왔다. 검은 머리와 흰 배, 붉은 부리와 다리가 선명한 이 새는 ‘당근부리’로도 불린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귀한 새다. 영어 이름은 ‘Oyster-catcher’로, 말 그대로 굴을 잘 까먹는 새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섬진강 하구 인근 갈사만에서 관찰된 검은머리물떼새도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는 갈사만과 섬진강 하구가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다. 검은머리물떼새는 남해안 일대에서도 번식하는 종이어서, 이번에 관찰된 개체들이 섬진강 하구 주변에서 번식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반가움만 말하기에는 걱정도 크다. 검은머리물떼새가 살아가려면 먹이만 풍부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거나, 차량이 갯벌 주변까지 들어오거나, 낚시와 레저 활동, 공사 소음이 계속되면 새들은 안정적으로 머물기 어렵다. 먹이는 있어도 쉴 수 없고, 쉴 수 있어도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기 어렵다면 갈사만은 좋은 서식지가 될 수 없다.
갈사만은 이미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실패의 기억을 가진 곳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큰 계획이 추진됐지만, 지역에 남은 것은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실패한 사업의 흔적뿐이다. 이번 6·3지방선거에서도 여러 후보들이 갈사만에 대규모 개발을 약속하고 나섰다.
그러나 검은머리물떼새가 보여주는 갈사만의 가치는 다르다. 이곳은 비어 있는 땅도, 언제든 개발해도 되는 공간도 아니다. 강과 바다가 만나고, 갯벌 생물이 살고, 멸종위기 조류가 먹이를 찾는 살아 있는 하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개발 구호가 아니라, 갈사만에 아직 무엇이 살아 있는지 살피는 일이다.
검은머리물떼새 5마리의 등장은 갈사만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또다시 실패한 개발 행위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살아 있는 갯벌과 하구를 지역의 진짜 자산으로 지킬 것인가. 갈사만을 찾아온 당근부리는 지금 조용히 묻고 있다. 이번에는 무엇을 지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