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수와 한국남부발전, 둘만의 공동 번영
지난 1월 19일 윤상기 하동군수와 한국남부발전은 LNG복합화력발전소를 대송산단에 건설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날 남부발전 이승우 사장은 “남부발전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종합 에너지단지 조성을 통한 공동번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동군과 남부발전이 하동군민 특히, 화력발전소 주변 피해주민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면 이들이 말하는 ‘공동번영’의 주체가 하동군민은 아닌 듯하다.
우선 남부발전의 경우를 보면, 하동화력발전소장은 지난해 취임 후 가진 주변지역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발전소 운영 등과 관련하여 주변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사업을 진행하기로 약속하였다. 하지만 하동군과의 MOU를 체결하기까지 주변지역 주민들은 이와 관련한 어떠한 사실도 알지 못했다.
1월 24일 하동군청에서 하동, 남해, 사천의 시민단체들과 하동화력발전소 136m 앞 명덕마을의 피해주민들이 MOU체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또한 1월 24일의 MOU체결 항의기자회견에서 지역주민을 대하는 하동군청의 대응방식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동군청 투자유치단 이정걸 단장은 이날 주민들이 하동군수에게 기자회견문을 전달하려고 청사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였다. 그뿐 아니다. 기자회견에 사용한 현수막을 들고 가는 주민에게 “누군가에게 휘두르려고 가져가는 것 아니냐?”라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는 것은 물론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고 청사를 나서는 주민에게는 “기자회견을 왜 하느냐?”, “무슨 절차를 어겼다는 거냐?”, “투자유치를 방해하는 거냐?” 등의 시비를 걸어 잠시 고성이 오가기도 하였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자신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하동군청의 태도로 볼 때, 이들이 말하는 ‘공동 번영’의 대상에 하동군민이 포함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LNG발전소 MOU는 “발전소 건설이 시급한 남부발전과 대송산단 분양 실적이 필요한 윤상기 하동군수의 조급함이 맞물려 빚어진 정치적 쇼에 불과하며, 지역주민은 외면하고 남부발전과 윤상기 하동군수 둘만의 공동 번영을 위한 것이 아니냐”라고 하였다.
LNG화력발전은 친환경적인가?
이번 협약식에서 하동군과 남부발전은 ‘친환경 에너지단지 조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그간 여수국가산업단지와 광양제철소, 하동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로 피해를 받아온 하동군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LNG화력발전이 친환경이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액화천연가스’라고도 불리는 LNG가 갖고 있던 ‘천연’의 이미지에 의존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LNG발전이 대기환경과 지역주민에 미칠 영향에 대한 최근의 연구결과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 넷-제로(Net-Zero) : 순수한 값을 의미하는 Net과 숫자 0을 가리키는 Zero가 합쳐진 말로서, 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의미
이 자료는 법률, 경제, 환경전문가들로 구성된 ‘기후솔루션’이라는 단체에서 발표한 것이다. 정부의 9차전력수급계획을 근거로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전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전환하는 것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하동은 이미 여수국가산업단지,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에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 따라서 막대한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키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새로운 발전시설이 하동에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LNG의 주요성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지구온난화를 80배 이상 가속화시키는 메탄가스이다. 때문에 LNG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매우 위험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이 현실화된 지금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가 아닌 것이다.
LNG발전소 MOU 체결은 하동의 미래와 맞바꾼 섣부른 선택
영국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트랙커(Carbon Trackꠓer)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120조 원의 석탄관련 좌초자산을 가지고 있고, LNG발전으로 전환 시 74조 원의 좌초자산(환경의 변화로 자산가치가 떨어져 부채가 되는 자산)을 추가로 떠안게 된다고 한다. 유럽투자은행(EIB)은 최근 EU집행위의 방침에 따라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제한방침을 천명하였다. 유럽투자은행장의 “가스(LNG)의 시대는 끝났다”는 발언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말이다.
LNG화력발전소 건설의 열쇠는 하동군이 쥐고 있다. 행정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대송산단에 입주가 가능한 산업업종은 금속가공, 운송장비, 비금속광물, 식료품 제조 등 6개이며 여기에 ‘화력발전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입주가능 산업코드에 ‘화력발전업’이 추가되는 행정조치 없이는 사업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송산단 산업코드 변경 허가권한은 하동군에 있다. 그렇다면 피해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하동군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현재 하동화력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적극적인 저감 방안 마련
둘째, 그동안 화력발전으로 건강,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주변지역 주민에게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와 피해보상, 향후 대책 마련
셋째, 중앙정부에 대해서도 광양만권 대기오염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은 불가능함을 밝히고 광양만권 대기질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
하지만 이날의 MOU 체결로 하동군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사업자와 중앙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근거를 포기하였다는 것이 피해주민과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2018년의 위그선, 2022년의 LNG발전소, 그리고 지방선거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윤상기 후보는 ‘위그선 업체 유치, 31척 계약 성사’를 발표해서 선거가 끝난 후 시민단체로부터 허위사실 공표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한 바 있다. 선거를 앞두고 치적홍보를 위해 ‘대송산단 사업체 유치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진 대로 7억 5000만 원의 대여금이 위그선 관련자들에게 지급되어 개인채무변제,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되는 등 부패와 예산낭비만 있을 뿐 하동군민에게 도움이 되는 아무런 사업실적도 없었다. 지방선거를 불과 4달 여 앞두고 체결된 이번 MOU는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하동군민의 관심과 주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