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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군민의 쓰레기가 모이는 대송 인근 주민 갈등

제2생활폐기물처리장 관련 주민지원금을 둘러싸고 금남면 주민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8월 금남면발전협의회에서 덕오, 사등, 소송, 수문, 금오 5개 마을을 제외한 주민들에게 지원금과 관련된 서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갈등 상황이 드러났다. 서명지를 받은 금남면 주민 A씨는 “주민지원금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고 쓰레기 소각장이 남해 것도 가져와 태우는 광역시설인 것도 몰랐다. 쓰레기 태울 때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많이 나올 텐데 이런 건 어찌할지 생각도 안 하고 돈 갖고 이 난리인 게 맞는 건가?”라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제1생활폐기물처리장 주민지원금이 낳은 학습효과... ‘처음부터 단디해야 손해 안 본다’

금성면 가덕리에 위치한 제1생활폐기물처리장은 2004년부터 가동되어 4차례에 걸쳐 기한이 연장되면서 2022년 8월에 사용이 종료 되었다. 설립과 사용기한 연장에 따른 주민지원금의 배분은 이때에도 문제였다. 제1생활폐기물처리장으로부터 반경 2km안에 있는 마을과 2km밖에 있는 금성·금남의 마을들이 지원 대상이 되었는데, 지원금을 마을별로 배분하면서 가구 수를 고려하지 않아 어떤 가구는 1600만 원을, 어떤 가구는 19만 원을 받았다.
‘주민 설득’을 명분으로 ‘현금지원’을 약속한 행정의 결과는 주민 간 갈등을 낳았으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제2생활폐기물처리장을 둘러싼 주민지원금 배분 문제는 시작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금성면 가덕리 대송저수지 매립지에 건설 중인 광역소각장의 모습, 11월 말 준공예정이다. 남해쓰레기도 함께 태우는 광역소각시설로 1일 최대 60톤까지 처리가능하다.

110억 원의 파격적인 지원금을 약속한 제2생활폐기물 처리장 입지 공모 사업

하동군 행정은 2014년에 제2생활폐기물처리장 설립지를 물색하며 주민직접지원 36억, 지역개발사업비 20억, 지역주민우선채용 54억으로 총110억 원의 주민지원금을 내걸었다.
제2생활폐기물처리장은 소각시설(50톤/1일), 매립시설(3만 8880㎡), 생활자원회수센터 등의 시설로 구성될 예정이었고, 명덕마을과 덕오마을이 공모 지원을 하면서 2015년에 대송저수지 일원으로 설립지가 확정되었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립시설의 경우 반경 2km, 소각시설의 경우 반경 300m의 지역이 주변 영향지역에 해당되어 지원대상이 된다. 대송저수지의 경우 300m 이내에는 가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동군 행정은 2km안과 밖을 기준으로 금성·금남면 주민 각 4명을 위원으로 하는 주민지원협의체를 꾸려 110억 원의 지원금에 대한 배분 논의를 진행했다.

남해군 쓰레기도 가져와 태우는 광역소각시설로 변경, 220억 원으로 주민지원금 늘어나

그런데 2018년에 제2생활폐기물처리장은 돌연 광역화시설로 변경되었다. 남해군과 공동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도록 하면서 하동은 태우는 쓰레기를, 남해는 음식물쓰레기를 담당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이는 폐기물처리시설을 광역화하면 국도비 지원을 70%까지 확대해주겠다는 환경부의 권고에 따라 재정적 부담을 덜기 위해 행정이 선택한 것이었다.
하동군 행정은 소각시설에 대해 1일 60톤을 처리하는 규모로 확대하고, 매립시설은 1만 4700㎡로 축소했다. 축소된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반경 2km를 주변 영향지역으로 보고 지원을 해야한다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에 구성되었던 주민지원협의체는 기능을 상실하고 운영이 중지되었다. 그런데 주민지원금의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었다. 소각시설을 광역화하면서 남해군에서 주민지원금의 명목으로 110억 원을 약속했다.
주민지원협의체는 해체되었는데 주민지원금은 220억 원으로 늘어났다.

금성·금남 110억 원씩 지원금 나눠 갖기로 합의, 면 단위 주민들 간 논의 중 갈등 발생

이미 조성된 주민지원금의 처리를 놓고 고심하던 하동군 행정은 ‘배분금 위원회’를 꾸리고 종전의 주민지원협의체 위원 8명을 실무협상단으로 하여 220억 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금성면과 금남면에 동등하게 110억 원씩 지원금을 나누는 데까지는 합의에 이르렀다. 110억 원의 분배를 둘러싸고 금남면에서는 지금과 같은 주민 갈등 상황이 벌어졌다. 반경 2km에 해당하는 5개 마을 주민대표는 광역화 이전 공모사업에서 약속했던 대로 36억 원의 주민직접지원금을 우선 집행해달라고 행정에 요구하고 있지만, 발전협의회를 위시한 나머지 마을 대표들은 금남면 차원에서 분배위원회를 꾸리고 다시 처음부터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반대 무릅쓰고 ‘돈으로 성난 민심 달래며’ 소각시설 광역화, 주민 갈등의 씨앗이 되다

누구나 꺼리는 시설을 받아들인 5개 마을의 입장에서 보면, 제2생활폐기물처리장 예정지 공모 당시 약속받았던 110억 원의 행방이 묘연해진 지금의 상황이 억울하다. 또한 광역소각시설로 인해 주민피해가 어느 범위까지 어떻게 발생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남면 주민 전체에게 지원금이 쓰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발전협의회의 입장도 일면 타당하다. 어느 한편의 주장만을 옳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현금으로 주민 지원을 하겠다는 행정의 약속이 없었다면 이런 갈등 국면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광역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늘의 갈등 상황은 예정되어 있었다. 당시 주민들 다수는 광역화를 반대했지만 행정에서는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현금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금남면발전협의회 회장은 “광역 폐기물처리시설을 한다고 주민설명회를 한다고 해. 그래서 우리는 남해 것까지 우리한테 오면 안 된다, 설명 들을 필요도 없다면서 참석을 안 했거든요. 근데 나중에 보니까 현수막하고 빈 의자 뒤를 사진 찍어서 주민설명회 했다 이러더라고. 행정에서 이렇게 밀어붙이니 도리가 있나.”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진짜 여기 금남면 일대를 봐 가지고 좋다는 거는 없어. 나쁜 건 다 들어오려고 해. 우리가 힘없이 밀려오다 보니까 이제 어차피 보상금 남해 110억 해 가지고 220억 주겠다, 현금화 해주겠다 확답을 받았지요. 연세 많은 분들이 많다 보니까 그분들 숨넘어가기 전에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에요.”라고 말했다.
4만 하동군민이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금남면에서 처리되고 있다. 이제는 남해 쓰레기까지 가져와 태워야 한다. 오랜 세월 악취와 파리에 시달려 온 주민들은 대기오염의 걱정까지 떠안게 되었다.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이웃의 불행을 ‘남의 일’이라 여기며 무감한 것도, “돈 욕심에 난리”라며 비난하는 것도 모두 무책임한 태도다.
행정은 원칙을 바로 세워 주민 간 갈등을 조속히 조정하도록 하고, 주민들은 쓰레기를 덜 만들어내는 삶을 지향하며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광역소각시설이 하동의 대기환경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함께 사는 하동’은 고통을 나누는 일부터 해야 가능하다.
사용 종료된 제1생활폐기물처리장 매립지 모습. 사진에서 보이는 언덕 뒤로 1만 8000제곱미터의 매립지에 복토 작업이 거의 막바지다. 복토 작업 완료 후 가스 발생, 지반 침하 상황 등을 점검하며 30년 간 휴지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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