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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쓰레기, 어떻게 됐을까

쓰레기의 법적 용어는 폐기물이다. 폐기물은 크게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로 나뉜다. 2019년 하동군의 폐기물 총배출량은 580만 2702톤이며, 이 중 사업장폐기물이 5백79만 1,766톤, 생활폐기물이 1만 306톤이다. 사업장폐기물은 대부분 외부의 전문업체에 위탁 처리한다. 가정 등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은 폐기물 총량에서 0.17%의 적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전량이 하동군 내에서 처리되므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생활폐기물(이하 쓰레기)에 대해 살펴보자.
재활용률 33%인데 분리수거율은 고작 4%?
쓰레기양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매립, 소각, 재활용의 비율은 2020년 기준 각각 38%, 29%, 33%정도이다. 면별 쓰레기 발생량은 하동읍이 32%로 가장 많았고, 진교면이 14%, 화개면이 11%로 뒤를 이었다.
자료: 하동군 환경보호과 제공
하동군 환경보호과에 따르면, 분리수거율은 4%정도이다. 말끔하게 분리되어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이렇게 낮은 분리수거율에도 불구하고 재활용률은 어떻게 33%나 되는 걸까? 부피가 큰 스티로폼이나 비닐(영농폐기물)과 같은 것은 업체에 바로 넘겨지고 그 양이 전산으로 입력되어 재활용량에 집계된다. 이것이 한 해에 3,000톤을 훌쩍 넘는다. 나머지 쓰레기들은 처리장에서 분류작업을 통해 처리과정을 결정하는데, 그렇게 해서 재활용된 양이 2020년에는 총 439톤에 불과했다. 2020년 재활용 총량 3793톤과 비교하면 8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치다. 이는 두 가지 사실을 말해준다. 하나는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 중 스티로폼과 비닐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또 하나는 플라스틱, 종이, 캔과 같은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가 충분히 재활용되어지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리수거에 대한 주민들의 각성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32명의 환경미화원이 13개 읍면 관리
마을마다 쓰레기를 내어놓는 집결지가 있다. 이곳에 모아진 쓰레기는 환경미화원들이 수거해간다. 하동군의 환경미화원은 총 32명으로, 읍에 13명, 화개와 진교에 3명씩, 그리고 나머지 면에는 1명씩 배치되어 있으며 차량을 운전하는 공무원은 따로 1인에서 6인씩 배치된다. 환경미화원은 무기계약직인 공무직이다. 반면 차량 운전기사는 공무원이다. 운전기사가 쉬는 토요일이나 연휴에는 환경미화원이 쓰레기 수거뿐만 아니라 운전도 도맡아해야 한다. 17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읍내를 맡고 있다. 수거차량에 쓰레기를 싣고 있는데 종량제 봉투도 아닌 까만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휙 던지고 가거나, 당연한 듯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주민들을 만날 때가 가장 힘이 드는 순간이라고 한다. “인구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쓰레기양은 오히려 많아지고 있다. 지금은 택배로 많이 받고 요즘 포장이 너무 잘 되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앞으로도 줄어들 것 같지 않다.”고 말하는 A씨는 “버리시는 분들 중 비양심적인 분도 계시지만 정말 잘 내어놓으시는 분들도 많다. 가만히 보면 그런 지역이 있다. 특히 불법적으로 많이 내어놓는 곳. 큰 거 바라지 않는다. 깨끗이만 내어주시면 우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깔끔하게 수거해갈 것이다. 조금만 신경 써주시면 더 깨끗하게 집결지가 유지될 수 있다.”라며 주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생활폐기물 처리장 한계치 도달, 링거 꽂고 버티는 수준
환경미화원들이 수거한 쓰레기들은 금성면 가덕리에 있는 생활폐기물처리장으로 간다. 2004년에 지어진 처리장은 2만 2300㎡의 매립시설과 1일 19.2톤을 태울 수 있는 소각시설, 그리고 재활용 선별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수거 차량에 실려 간 쓰레기들은 선별시설에서 분류작업을 거친 후 재활용, 매립, 소각, 기타(압축 등)의 과정으로 처리된다.
생활쓰레기처리장 내부 (사진 : 하동군 환경보호과 제공)
문제는 시설이 노후화되고 매립이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설의 노후는 심각한 수준으로 처리장으로부터 약 900m 지점에 있는 덕오마을(구 환치마을, 29세대 거주)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악취와 파리, 미세먼지 등으로 마음 놓고 창문을 열 수도, 빨래를 널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동군 환경보호과는 ‘현재 시설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재활용과 소각의 비율을 높여 매립 쪽 부담을 경감하려 노력하면서, 제2생활폐기물 처리장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현재로서는 대책이 없는 것이다.
옛 대송저수지 일원에 대규모의 제2생활폐기물처리장 건립 중
신규처리장의 위치는 현재 생활폐기물 처리장으로부터 500m 정도 떨어진 대송저수지를 매립한 곳이다. 1만 4700㎡의 매립시설, 1일 10톤을 처리하는 자원회수시설, 1일 60톤을 태우는 소각시설을 갖추게 될 신규처리장은 소각시설을 제외한 두 시설이 2022년 말에 완공 예정이다. 소각시설은 남해군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광역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이며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설이 완공되고 나면 남해의 쓰레기 중 소각처리로 분류된 것을 가져와 하동군 것과 함께 소각하게 된다. 이에 대해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 인근에 화력발전소가 있는 데다 더 많은 쓰레기를 태우면 환경오염이 가중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환경보 호과 김상우 계장은 “주민들의 우려가 많다는 거 압니다. 지금 시설보다는 깔끔할 거고... 또 명덕마을 쪽은 지금 대기환경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다 아입니까. 저희가 방진시설을 하는데 정말 환경부에서 엄청나게 고효율의 방진시설을 요구하고 있고, 그거 맞춰내는 데 9개월 걸렸어요. 환경부에서도 우려를 많이 하고 있고, 그런 상황이거든요. 다이옥신이라든지 여러 오염물질에 대해 지금 시설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정말 잘 관리될 겁니다.”라며 거듭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신규처리장이 지어지고 나면 6,700여 평에 달하는 현재의 쓰레기 매립지는 향후 20년간 침출수 등을 관리하며 휴지기를 갖게 된다. 6,700여 평의 쓰레기 산, 우리가 매일 입고 먹고 마시며 만들어 낸 쓰레기가 하동의 아름다운 산하에 켜켜이 쌓이고 있다.

2021년 10월 / 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