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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의료 빈곤을 벗어날 길은 없을까?

“하동군은 전국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짧은 지역”
2020년 8월 정백근 경상대 의대 교수가 <복지국가 SOCIETY>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서부경남은 경상남도 내에서도 입원 진료, 응급 및 외상 진료, 심·뇌혈관질환 진료 등 필수의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또한 한국건강 형평성학회의 보고(2020)에 의하면 ‘하동군은 전국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짧은 지역’(2019년 기준 전국평균 73.1세. 하동 61.1세. 통계청)이다.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정백근 교수는 ‘건강과 의료이용의 측면에서 서부경남의 상황은 거의 재앙 수준’이라 지적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하동군의 인구 천명당 의사 수는 1.9명으로 서부경남의 함양 1.8명, 남해 1.8명과 비슷한 수준이며 경남의 도시지역(양산 3.6명, 진주 3.4명)은 물론 서울(4.5명)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반대로 인구 천 명당 사망률은 13.1명으로 전국 평균 5.7명에 비해 현저히 높다. 응급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119안전센터의 경우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이다. 119안전센터는 소방관 1인당 평균 700~800명을, 119구조대의 경우는 1인당 3,833명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열악한 의료환경마저 매우 불안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동의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인 새하동 병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휴·폐업을 거듭하며 공공의료뿐 아니라 민간의료체계마저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7월 새하동 병원 응급실이 다시 정상화되긴 했지만 수시로 반복되는 24시간 응급실 폐쇄로 하동군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수익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민간병원 의존을 벗어나 주민복지의 관점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공공의료를 강화·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공공의료체계의 미비와 민간의료체계의 불안정성, 해결책은?
그렇다면 공공의료체계의 미비와 민간의료체계의 불안정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하동군과 지역사회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2021년 2월 새하동 병원의 부도 이후 지역사회에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서부경남 공공의료원 설립지가 진주로 결정된 후 의료낙후지역인 하동에 지방의료원이나 보건의료원 형태의 공공병원 설립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때맞춰 2021년 3월 지방의료원법이 개정되면서 새하동 병원 같은 민간의료기관을 매입하는 방법으로도 지방의료원 설립이 가능해짐에 따라 하동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하동군민들의 여론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하동군청이 2020년 8월에 실시한 <2021년도 예산편성을 위한 군민 설문조사 결과 보고>이다.
하동군민 598명(남379, 여219)이 참여한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하동군민들은 바람직한 재정운용 방향으로 하동군이 진행하고 있는 ‘기존 투자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41.5%)하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문화 및 관광’, ‘국토 및 지역개발’ 예산의 축소에 찬성(합계 31.6%)하고 ‘보건’ 예산의 축소에 는 반대(4.4%)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복지군정의 실현을 위해서 ‘의료안전망 구축 및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에 우선적으로 투자(30.6%)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보면 하동군청이 취해야 할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은 명확해 보인다. 하동군 전체예산의 1.0%(2021년)에 불과한 보건의료예산을 대폭 확충하여 ‘의료안전망 구축 및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에 투자하라는 것이 코로나시대를 맞은 하동군민들의 요구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악열차사업’ 등 관광 및 지역개발에 과도하게 투자되고 있는 예산을 조정하여 ‘지방의료원’ 설립 등의 공공의료체계 구축에 힘을 쏟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같은 군민들의 요구에 대해 하동군청과 군 의회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8월 14일부터 윤상기 군수를 비롯한 관련 공무원과 하동군의회 의원들에게 문자로 이 문제와 관련된 의견을 묻고 취재요청을 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통계에 따르면 하동군은 “전국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짧은 지역”일 정도로 의료 낙후지역입니다. 이는 공공의료체계가 미비하고 민간의료체계는 불안정하여 발생하는 문제라고 판단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군수(도·군 의원)님께서는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2021년 3월 지방의료원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의료원의 신설뿐 아니라 기존의 민간 의료기관을 매입하여 지방의료원을 설립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는데, 하동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방의료원을 설립하거나 새하동 병원을 인수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하동의 의료를 안정화할 방안을 갖고 계신지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이정훈(도 의원) : 민간차원의 의료원 운영에서 행정이 일정 부분 지원할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해 보겠습니다.
손종인(군 의원) : 안정적인 의료서비스 공급을 위해 지난 5월 하동 군립병원 설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입니다.
정영섭(군 의원) : 새하동 병원이 공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육성하여 지역 거점병원으로 활용하는 게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응답자(11명) : 군수 윤상기, 군의장 박성곤, 보건소장 석민아, 이하 군의원 강상례, 강희순, 김혜수, 윤영현, 이하옥, 이학희, 신재범, 하인호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만큼 이를 위한 인력 및 예산확보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구례, 곡성, 산청군 등 다른 지자체들이 이미 공공병원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하동군과 군의회의 지도자들이 다른 개발사업 진행이나 예산부족을 이유로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의료 빈곤에 눈을 감거나, 공공병원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책임 있는 지도자가 취할 자세가 아닐 것이다.

2021년 9월 / 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