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어르신은 어떻게 병원을 이용하고 있을까? 이웃 어르신들 모습을 통해 노인들의 의료현실을 알아본다.
하동 노인의료에 대해 취재를 하면서 여러 어르신과 요양사들을 만났다. 취재에 응해준 분들에게 “하동에서 어르신들이 병원 다니기에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라고 물었다. 그 답을 정리하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교통이 불편하여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 병의원의 진료 과목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병의원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김씨 할머니
김씨 할머니의 집은 버스 정류장에서 500m쯤 떨어진 곳에 있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충분히 걸어갈 수 있었는데 허리며 다리가 아파 걷는 것이 힘들어지니 이젠 그 거리를 걸어가는 것도 한참 걸린다. 아들이 출근하는 길에 태워주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일이 있다 해서 혼자 나섰다. 하루에 몇 번 있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여유 있게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탔다. 읍에 있는 의원에 갔다. 의원이 버스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온몸이 가려워서 진료를 보고 약을 탔다. 버스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아서 근처 시장에 잠깐 들러 필요한 물건을 한 두 개 사고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이웃집 할머니가 먼저 도착해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정류장에 앉아있었다. 한참 더운 시간인데 버스 정류장 안의 에어컨이 도움이 되었다. 이십 분 쯤 더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했다. 다리가 아파 버스 손잡이를 꼭 잡고 천천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씨 할머니
정씨 할머니는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있었다. 읍내 정형외과를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방문하여 약을 처방받고 물리치료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최근 몸을 일으키거나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로 아파 왔다. 도시에 나가 있는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하동에서 가까운 진주의 한 병원에 입원하여 허리와 무릎 수술을 했다. 수술 후 얼마 동안은 진주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매번 진주까지 가기가 힘들어 병원을 읍내 정형외과로 옮겨 진료를 받고 있다. 마을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거리가 멀어 버스를 타고 다니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마을에 브라보 (100원) 행복택시가 운행되고 있어서 이용한다. 혼자서는 탈 수 없고 병원에 가는 사람들 여럿이 함께 타거나 장날에 장보러 가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미리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당뇨약이나 혈압약을 타려고 근처 보건소에 다닐 때도 택시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코로나19 이후부터는 보건소 의사가 진료하는 날이 일정치가 않아 진료하는 날을 확인하고 방문한다.
이씨 할머니
“매 번 병원에 같이 가줘서 고마우이.” 이씨 할머니는 병원에 함께 다녀온 요양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허리와 다리가 아픈 할머니에게 병원에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일상생활을 돌보아주는 요양사 덕분에 그나마 병원을 다녀올 수 있었다.
읍내까지 나와야만 약을 탈 수 있으니, 혼자서 활동하기 힘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이씨 할머니는 요양사가 꼭 필요하다. 사실 현 제도상 요양사가 개인차로 병원을 함께 가주는 것은 요양사의 업무 범위가 아니다. 만약 어르신과 병원으로 가는 중에 사고라도 난다면 사고책임을 운전한 요양사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요양사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다.
박씨 할아버지
박씨 할아버지가 평소 깜빡깜빡 잊어버리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 잦아지자 도시에 사는 아들은 아버지의 치매를 걱정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사람에게서 아버지 행동이 이상하다고 연락이 왔다. 이십 년 전 아버지가 농사 짓다가 팔았던 논의 주인이다. 자기 논에 물을 대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그 논의 물을 빼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치매안심센터에 문의전화를 했다. 센터에서 집으로 방문하여 간단한 사전 검사를 했다. 사전 검사 결과는 점수가 낮았다. 아들은 아버지의 치매진단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가기로 하였다. 치매진단을 받을 수 있는 하동의 유일한 병원은 ‘우리들병원’이다. 우리들병원에서는 MRI를 찍어오라며 광양에 있는 병원을 안내해주었다.
하동에서는 치매진단을 받기 위해 광양까지 다녀와야 하고 신경과가 없어 아버지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아들이 살고 있는 부산의 병원으로 향했다. 이것 저것 검사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기시간도 길어져 하루가 꼬박 걸렸다. 아버지를 다시 하동으로 모시고 난 뒤 며칠이 지나 아버지의 치매 진단 결과가 나왔다. 치매정도가 심해서 이제부터는 가정방문 요양보호사가 오게 되었다. 하루 한 끼의 식사와 간단한 살림살이를 해 주어 다행이다.
일·이년 사이에 아버지의 치매는 점점 심해졌다. 하루 두 시간의 요양사 방문으로는 아버지를 돌보기에는 시간이 짧다. 아버지는 집을 찾지 못해 동네를 배회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 밭에 나가 일을 하기도 하였다. 다행히 이웃들 도움으로 큰 일을 피해갈 수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부산 집으로 거처를 옮기자고 권하였으나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며 본인의 집을 고집한다.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박씨 할아버지 아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네 분의 사례로 어르신들의 병의원 이용 실태를 살펴보았다. 병원까지 가는 것도 힘들고, 다른 도시로 가야만 진료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 사례들만 보더라도 어르신들의 건강수명을 늘리고 삶의 존엄성을 높이려면 교통과 의료 부분에서 하동군의 다양하고 현실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
농어촌버스가 다니지 않아 대중교통이용이 불편한 55개 마을의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택시 1대당 100원이며 3~4명이 함께 타야 한다. 주로 면소재지로 운행을 하고 있으나 마을에 따라서 장날에 시장까지 운행을 하기도 한다. 마을별로 운행 일정이나 운행경로가 다르니 지정된 각 마을의 이장이나 담당 공무원(건설교통과: 055-880-2398)에게 문의하여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