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청에서는 청암면 하동호에 약 9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길이 432m, 폭 2m의 출렁다리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실시설계가 완료되었으며, 9월 중으로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동군청은 사업추진목적으로 ‘수려한 경관을 갖는 하동호의 관광인프라 확충’과 ‘청학동, 삼성궁, 지리산둘레길 등과 연계한 관광코스를 개발과 관광객 증대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연계사업으로 하동호 수면을 이용한 수상레저, 야간조명, 레이저 쇼 등의 콘텐츠를 구상하여 체류형 관광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 한다.
과연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을지 하동군과 다른 지자체의 출렁다리 현황을 살펴보았다. 먼저 하동군청에서 최근에 설치한 악양면 형제봉 신선대 출렁다리의 이용객 수를 알아보았다. 2020년 5월 10일 준공 이후 9월 6일까지 약 120일 간 2,048명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하루 평균 17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인데, 19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데 비하면 관광객 증가의 효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전국적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전국적으로 196개소의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있으며, 지금도 더 긴 출렁다리를 끊임없이 설치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 전체 출렁다리 196개소 가운데 130개소 이상이 2010년 이후 설치되었는데, 특히 100m 이상의 출렁다리 36개소 중 32개소가 이 시기에 건설되었다. 관광객 수를 살펴보면 충남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407m. 2019년까지 가장 긴 다리)의 경우 2019년 294만 명에 이르던 이용객이 2020년 121만 명, 2021년 9월 현재 66만 명으로 급감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여행객 감소와 각 지역에 급증한 출렁다리로 인한 관광객 분산 효과로 보인다.
하동군청에서 청암의 랜드마크를 표방하며 진행 중인 하동호 출렁다리 사업. 과연 하동군청이 ‘랜드마크’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랜드마크가 지역의 고유성을 대표하는 상징성 있는 건축물을 의미한다면 단순히 유행을 따라 사업을 진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청암의 랜드마크, 즉 보편적 상징성에 대해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묻고 합의를 구하는 절차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투입된 예산 대비 기대 효과가 충분할지 다른 지역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여 사업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경제성이 있고 지역 주민의 합의를 거쳤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지역의 고유성’을 훼손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역의 고유성이란 그 지역의 자연 환경과 기후 그리고 지역 주민의 삶을 통해 형성된 이미지, 즉 느낌이다. 그 느낌에 대한 결정을 특정 시기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특정 세대의 판단에만 맡긴다면 그 지역은 고유한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갈사만의 잃어버린 20년으로 지역 고유성의 중요함을 충분히 경험했다. 그 경험이 주는 교훈은 성공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실패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