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꾼 댓가
박남준
쉽지 않다
씨뿌린 채소들에 끊임없이 꼬이는 벌레들
날마다 돋보기를 쓰고 핀셋을 집어
잡는다 잡아내야 돌보아야 얻을 수 있다
시장이나 마트 가지 않아도
밥상 위의 안빈과 작은 평화로 위안한다
텃밭에 앉아 코로나와 지구를 생각한다
코로나는 사람을 병들게 하고
사람은 지구를 병들게 하고
병은 어디에서 오는가
환경을 파괴하는 탐욕스러운 난개발과
과소비의 쓰레기가
코로나를 불렀을 것이다
누구누구 탓이 아니다 너와 나다
이건 경고다 전초전이 틀림없다
댓가를 치룬 전생을 안다
떠돌이 알바트로스는 그 큰 날개로 인해
오래 비행 할 수 있으나
지상 위에서는 그로 인해 뒤뚱거릴 수밖에 없다는데
별을 향해 달려가지 않았다면
나무의 깊고 높은 광합성의 에너지를
그리하여 넓고 풍요로운 천수만수 관음의 초록을
훔치고 싶지 않았다면
대왕고래의 머나먼 항로를
뒤쫓고 싶지 않았다면
이토록 중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꿈꾸었기 때문이다
너의 탐욕이 너를 욕망하는 내 꿈이 전쟁을 부르고
날마다 쓰레기의 마천루를
쓰레기의 산과 바다를 이루는 것이다
기후 위기를 부른 것이다
되돌려야 하는데
꿈꾸지 말아야 하나
나무가 구름이 비바람의 홍수가
산과 강과 바다가 들려주는 기후 위기,
이 엄중한 메시지가 분분초초 전송되어 예고하는데
부디 들어다오 이제 뉘우쳐다오
그대의 바뀐 일상이
세상의 뭇 생명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이렇게 분명한 코로나의 증거로 제발 행동해다오
시인 박남준
1984년 시전문지 『시인』으로 등단.
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중독자』,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적막』,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등과, 산문집으로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스님, 메리크리스마스』, 『박남준 산방일기』, 『꽃이 진다 꽃이 핀다』, 『작고 가벼워질 때까지』 등이 있다.
천상병 시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그리고 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로 2021년 조태일 문학상, 임화 문학예술상을 수상했다.
2003년 하동군 악양면 동매마을에 이사를 와서 지금껏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