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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합니다!”

<쓰레기 책> 저자, 쓰레기 센터 ‘이동학 소장’ 인터뷰

전세계의 쓰레기 현장 견학

2년 동안 전 세계 61개국 157개 도시를 여행하며 환경과 쓰레기 문제를 직접 보고 온 이동학 씨(쓰레기 센터 소장)를 만났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농촌인구의 도시 이주, 저소득 국가에서 고소득 국가로 인구 이동이 가속화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지구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그 핵심에는 ‘쓰레기 문제’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동의 쓰레기 정책 방향과 향후 대안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출처: 쓰레기 책)

전 세계 쓰레기 수거·처리 시스템 미비, 해마다 플라스틱 2억 톤 생산되고 있어

먼저 2년간의 ‘쓰레기 탐방 세계 일주’를 마친 감상을 물었다. “개발도상국의 쓰레기 수거 및 처리시스템 미비와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OECD 국가들의 위선을 볼 수 있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쓰레기를 수입하고, 반대로 친환경 생태국가라고 칭하는 OECD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으로 쓰레기를 수출한다. 쓰레기는 땅속에 매장되거나 바다로 흘려보냈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이 한해 4억 톤가량이다. 200만 톤을 생산했던 1950년대에 비하면 무려 200배에 달하는 수치다.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30% 미만이기 때문에 해마다 적어도 2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그대로 버려지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자원 순환 기본 계획 등 국가 재활용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냐

현재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발생량이 늘어나고 있고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 및 택배문화 확산,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가적 차원에서 실행하고 있는 ‘자원 순환 기본 계획’ 즉 생산-소비-관리-재생’ 4단계의 재활용 정책 기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자원 순환 경제라는 ‘재활용’ 중심의 방식으로는 이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재활용 시스템이 잘 갖추어지려면 무엇보다 잘 버려야 한다. 그런데 분리수거와 선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이미 재활용될 수 없게 오염된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약 30% 미만에 그치는 이유이다. 배출, 수거, 선별, 재가공, 재생제품으로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비용이 발생되기 때문에 자원 순환 계획, 재활용 정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재활용 정책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면 과연 우리 하동군은 어떠한 쓰레기 정책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 방향성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동학 소장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다회용·재사용’ 활성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1회용품,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면, 다회용 ‘하동컵(다시 수거해서 세척 및 소독을 통해 재사용 가능한 컵)’을 자체생산하여 배포·수거하고 다시 빌려주는 방식이 있다. 하동 전 지역의 커피숍에 다회용 ‘하동컵’에 음료를 담아주고 다시 컵을 가져오면 ‘컵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형태다. 다회용 ‘하동컵’ 제작 및 수거업체는 수거, 세척, 재사용 배달까지 전 과정을 도맡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실현되려면 반드시 제작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이 확립되어야 하고, 초기 자본 및 지원은 하동군에서 보조금 형태로 위험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커피숍에서 시작해, 1회용품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례식장, 음식점 등으로 점차 확대해서 다회용 ‘수저, 그릇, 식판’에 이르기까지 제작 분야를 넓혀나가야 한다.
재래시장에서는 1회용 비닐봉지 대신 폐현수막을 리폼한 ‘현수막 장바구니’를 제작해 모든 상인에게 나누어주어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이 정책을 하동군의 다양한 축제 현장, 하동군청의 수백 명 공무원, 학교, 기업, 빌딩 등 전 영역에 점차 확대하면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드는 세금을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환경교육이 우선, 하동군 내 친환경 광역폐기물처리장 설치해야

둘째, 친환경 광역폐기물 처리시설 설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2022년 하동군 인구는 약 4만 3천여 명으로 추정되며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52.4톤, 한 사람이 하루에 발생시키는 양은 1.16㎏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맞는 친환경 처리시설이 추진되어야 한다. 일부 군민들이 폐기물 처리장에 대한 불신, 잘못된 환경정보 공유 등으로 갈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군민 환경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쓰레기 처리장은 이제 혐오시설이 아닌 하나의 문화시설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동학 소장
마지막으로 하동군의회와 하동군민에게 주문할 바를 물었다.
하동군의회는 ‘환경교육조례’를 우선적으로 제정해야 한다. 더불어 ‘환경교육센터’ 건립, ‘쓰레기 없는 시범 마을’ 선정 등을 통해 각종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실험공간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또한 농‧어업 종사 인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비닐 쓰레기 같은 영농폐기물이 재활용 자원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농촌지역에 맞는 특화된 교육이 절실하다. 하동군민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천 주머니, 에코백, 다회용기 등에 식재료나 음식을 포장하는 것만으로도 1회용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음료는 텀블러로, 장보기는 바구니로, 용기는 다회용기 사용 등을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
2018년 이후 중국과 동남아 여러 나라들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이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쓰레기를 다른 나라에 떠넘길 수 없게 됐다. ‘쓰레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하동군민에게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인식의 전환과 효율적인 처리시스템 구축을 통해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후손들에게 훼손없이 물려줄 ‘의무’와 후대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21년 10월 / 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