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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장기집권은 일방주의와 제왕적 행태를 낳는다

지방자치제 실시 27년간 하동 군수, 군의원, 도의원은 보수당의 일당독식이었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8회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 왔다. 우리 삶에 더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통령 선거보다 지방선거일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를 되돌아보며 이번 선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따져본다.

7번의 군수를 모두 보수당이 집권했다.

지방선거가 시작된 1995년이래 27년간 하동 군수는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당이 독식해왔다. 한 번도 민주당이나 다른 정당이 선출된 적이 없다.
특이한 점은 2014년 6회 선거다. 6회 선거는 새누리당 내의 과열경쟁과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돈 봉투 사건으로 새누리당 중앙당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하자 모든 후보가 무소속 후보가 되는 웃지 못할 선거가 되었다. 그 선거에서 현 군수인 윤상기 군수가 24.73%라는 낮은 득표율로 당선되었고, 당선 후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보수당이 상대 후보없이 당선된 경우가 7회 중 5회나 된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은 지리멸렬했다. 1995년 첫 번째 선거에서 10.18%를 득표한 후 23년 동안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박근혜 탄핵 이후 2018년 7회 선거에서 무려 48.11%의 득표로 이변을 만들었다. 51.89%로 승리한 자유한국당 윤상기 군수와 불과 1,200여 표 차이였다. 이 선거로 민주당이 새롭게 인식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군의원, 도의원 선거에서도 진보당은 지리멸렬했다

군의원 선거도 일당독식이었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의 1~3회 선거는 정당공천이 없이 13개 읍·면당 1명의 의원을 뽑는 선거였다. 2006년 4회 선거부터 현재와 같은 기초의회 의원 수가 정해졌고 정당 공천이 시작되었다. 4, 5회는 9명의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1명으로 10명을 뽑았다. 6, 7회부터 비례대표가 1명 늘어 11명을 선출한다.
군의원 선거의 특징은 보수당 내 경선 과정에서 생긴 문제들로 무소속 출마를 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당선 후 보수당에 입당하는 경우도 많다. 도의원 선거 또한 1회 때 무소속 1명이 당선된 것 말고는 모두가 보수당이 당선되었다. 보수당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그런데 7회 선거에서 큰 이변이 있었다. 지역구 군의원 9명 중 자유한국당 4명, 민주당 3명, 무소속 2명이 당선된 것이다. 비례대표는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각 1명이었다. 이로써 보수당 일색이던 군의회에 민주당이 대거 참여하며 균형을 이루는 듯 하였으나, 민주당 소속인 4명의 의원 중 2명이 탈당하여 보수당의 독주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당독식으로 군행정의 일방주의와 제왕적 군수를 만들어 냈다

일당독식은 군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약화를 가져온다. 4, 5회 군의원이자 7회 선거에서 민주당 군수후보였던 이홍곤씨 말이다. “하동군 예산이 군민을 위해 제대로 쓰이는지, 군 행정이 군민을 위한 행정인지를 살펴야 하는데 기초의원이 한 당에 몰려 있으니 다른 목소리 내기가 힘들었다. 군의원 할 때 혼자 야당 의원이다 보니 정말 힘들었다. 잘못된 것이 눈에 훤한데도 바로 잡을 수가 없었다. 군수와 의원들이 같은 당이다 보니 견제는 사라지고 제멋대로였다”
견제와 감시가 소홀해진 자리엔 일방주의 행정이 자리 잡았다. 군청에서 결정된 정책은 일사천리로 집행된다. 주민들의 의견 수렴은 형식적인 공청회로 대체된다. ‘공론의 장’이 없다. 지역 현안을 군민들의 공론으로 결정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윤상기 군수의 독단적 의지로 진행하고 있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 형제봉 산악열차 사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2년 이상 이 사업을 반대해 온 대책위와 군 당국의 공식적인 토론은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의 현안에서 찬성과 반대 측이 함께 참여한 공론의 장도 없었다.
군행정의 일방주의는 군수의 제왕적 행태를 동반한다. 2021년 2월 윤상기 군수는 방역지침을 어기고 회식 자리를 가져 전국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사과까지 했으나 이후에도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 12월 18일로 예정된 윤군수의 출판기념회 바로 전날 방역지침이 강화되었다. 윤군수는 방역 강화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출판기념회 행사장 부근에는 행사를 취소한다는 현수막까지 붙였다. 그럼에도 다음날 행사장 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였고, 군수가 버젓이 책 싸인을 하면서 또다시 전국적인 뉴스가 되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는 제왕의 모습이었다.

일당독식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끝날까?

그렇다면 27년간 계속되어 온 일당독식은 언제쯤 끝날까? 그 가능성을 19대 대통령선거, 7회 지방선거, 21대 총선, 20대 대통령선거의 득표로 살펴보자.
[표 1]에서 주의 깊게 볼 것은 보수와 진보의 득표율차이다. 7회 지방선거에서 최소차이인 3.79%이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 때는 6.37%였다. 그러나 나머지 선거에선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국회의원 선거에선 20.82%이고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22.22%차이로 더 벌어진다. 게다가 윤석열 후보가 모든 읍·면에서 승리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보수당의 우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보수당의 일당독식 폐해를 군민들이 느끼고 있으며 군수의 제왕적 행태에 반대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보수당의 강력한 지지층인 노년층의 급격한 인구 감소도 보수당에게는 불리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각 당과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도 근소한 차이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군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기대된다.

2022년 4월 / 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