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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 혼탁함이 도를 넘었다!

6월 지방선거에서 군수후보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혼란 속에서 유력후보 3인이 확정됐다. 더불어 민주당 강기태, 국민의 힘 이정훈, 무소속 하승철 후보가 그들이다. 민주당의 강기태 후보는 전직 국회의원인 제윤경 씨와의 경합에서 승리하면서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후보공천을 둘러싸고 온갖 고발과 폭로전이 난무한 가운데 이정훈 후보가 군수후보로 결정됐다. 하승철 후보는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었다. 이들 중 이정훈과 하승철 2명의 후보가 이미 검찰에 고발됐다.

국민의힘 경선과정에서 후보 3명 검찰에 고발당해

하동군 선관위는 4월 13일 현직군수인 윤상기 씨를 국민의힘 하동군 당원협의회 사무장 이현재 씨에게 100만 원의 현금을 제공한 혐의로 창원지검 진주지청에 고발했다. 정치자금법 45조(정치자금 부정수수죄) 1항, 공직선거법 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를 위반한 혐의이다. 현직 군수라는 막강한 이점을 갖고 있음에도 국민의힘 공천에서 윤상기 씨가 탈락한 주된 이유는 ‘검찰수사로 인해 보궐선거가 실시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윤 군수가 집권 8년 동안 일방적이고 제왕적인 군정을 펼치며 하동군민의 여론이 나빠진 것이 근본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력한 군수후보인 하승철 후보 또한 지난 4월 5일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다. 국민의 힘 예비후보인 하승철 씨가 지난 2월 하순경 사업 편의제공 등을 명목으로 건설업자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수수하여 정치자금법 제45조(정치자금 부정수수죄)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있다. 이로 인해 하승철 후보는 여론지지도 1위임에도 국민의 힘 공천에서 배제(Cut-Off)됐다. 결국 하승철 후보는 공천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하영제 국회의원 선거사무실 앞에서 트럭 천막농성까지 진행하다가, 5월 6일 국민의힘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 힘 하동군수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현직 도의원 이정훈 씨 또한 하승철 후보 측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다. 이정훈 후보는 600여 명이 참여하는 단톡방에서 지지자들에게 연령과 거주지역을 속여 하동군수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라는 공지를 내려 논란이 일었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108조 11항 여론조사시 금지행위(당내 여론조사 시 유의사항)를 위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하동군 선관위 관계자는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와 합동으로 조사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겠다. 조만간 경남도 선관위와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뉴스 경남, 2022. 4. 14.)

현직 국회의원의 부당한 선거개입뿐 아니라 시민단체를 악용하려는 시도까지 벌어져

6월 지방선거를 둘러싼 혼탁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3월 28일 <하동정론신문>은 ‘국민의힘 하동군수 후보자 적합도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조사결과가 예상과 달리 나오자 불리한 조사결과에 반발하는 후보자들의 항의를 이유로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하지 않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에 공식 등재된 여론조사임에도 각 후보들의 유·불리에 따라 공표를 미루거나 신문보도를 유보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공천 잡음 속에서 하영제 국회의원이 국민의힘 각 면 단위 당원협의회장들에게 ‘이정훈 후보를 밀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당선되면 나중에 뒤를 잘 봐 줄 것이다’는 녹음파일까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국민의 힘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이같은 혼란과 갈등을 보며 하동군민들은 ‘일당 장기집권의 폐해’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한 하승철 후보 캠프의 행태또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하승철 후보의 수행비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K씨는 지난 4월 15일 지역 시민단체인 ‘하동참여자치연대’ 관계자와 접촉하여 윤상기 군수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에 대한 제보와 함께 공론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보내용은 윤상기 군수가 측근 인사들을 동원하여 군청에 기부된 15만 원 상당의 화장품 300세트(총 4500만 원)를 윤 군수를 지지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선거구민들에게 불법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보는 이미 선관위의 조사과정에서 물품의 전달자도 수령자도 드러나지 않아 ‘증거없음’으로 종결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문제는 이미 선관위에서 종결처리된 내용을 시민단체에 제보하여 상대 후보를 흠집내고, 자신에게유리한 선거지형을 만들기 위해 시민단체의 공신력을 이용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 있다. 군수선거를 둘러싸고 국민의 힘 후보자 간의 흑색선전과 ‘아님 말고!’ 식의 비방전이 어느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장기집권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혼탁한 선거전의 양상은 2014년 6기 지방선거의 혼란상을 떠올리게 한다. 2014년 군수 선거는 당시 새누리당 후보들의 돈봉투 사건과 정당공천을 둘러싼 잡음 속에 결국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당공천이 없이 8명의 후보가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이 선거에서 윤상기 후보가 24.73%(8,079표)의 낮은 득표율로 군수에 당선된 후 재선까지 성공했다.
지난 27년간 하동군 지방정부와 군의회를 장악했던 집권당 후보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장기집권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는 김영삼 전(前) 대통령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6월 지방선거가 이제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8,000억에 가까운 예산과 700명에 가까운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44,000명 하동군민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1명의 군수와 1명의 도의원, 11명의 군의원을 뽑는 중요한 선거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하동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인지는 이제 군민의 선택에 달려있다.

2022년 5월 / 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