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집(홈페이지)으로 살펴본 하동군의회의 현실
다가오는 6월 1일은 군수, 도의원, 군의원 등 지역일꾼을 새로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그중 군의원은 주민 생활을 더 가까이서 챙기는 군 단위의 지역일꾼이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 주민들의 고충을 설명하고 민원을 전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청원이나 진정 방식은 우편이나 팩스 등 특정 양식을 필요로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어 선뜻 이용하기엔 다소 부담스럽다.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심하다 하동군의회 홈페이지(이하 누리집)를 방문해 보았다.
누리집 모바일 버전이 없어
우리나라 휴대폰 보급률은 전세계 1위다.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에 있어서 모바일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하동군의회 누리집은 PC환경에 최적화되어 휴대폰으로 보기에 굉장히 불편하다.
군의회 누리집은 2009년에 멈춤
요즘은 정보전달의 형평성을 위해 웹 접근성(누구나 인터넷 사이트에 접근하기 쉽게 기술적으로 보장하는 것, 시각 장애인을 위해 글자확대기능을 제공하거나, 청각 장애인을 위해 음성지원을 하는 등의 방식)을 고려해서 누리집을 만든다. 하동군의회 누리집에는 이런 기능이 없다. 하동군의회 누리집의 저작권(Copyright) 날짜를 보면 2009년으로 되어있는데 군민과의 소통 또한 그 시간에 멈춰버린 듯 하다.
글쓰기 한번 하려면 산넘고 물을 건너야
하동군의회 누리집에서 군민이 글을 직접 올릴 수 있는 메뉴는 ‘의회에 바란다’와 ‘진정민원’ 메뉴이다. 대부분의 관공서 누리집은 사용자가 인증방식을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게 아이핀인증 / 휴대폰인증 / SNS인증 방식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하동군의회는 아이핀인증 방식 하나 밖에 없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아이핀 인증의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용 기종에 따라 오류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진정민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단 두 개뿐이다. ‘의회에 바란다’에는 2021년에 새로 올라온 글이 한 건도 없다. 이 사실만으로도 하동군의회의 소통부재 현실을 잘 말해준다.
내가 올린 글은 어떻게 된 걸까
민원인들이 올린 글도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어떤 글은 낯뜨거운 스팸 댓글로 도배되어 있다. 관리자가 댓글로 응대한 글은 2005년에 올린 글 하나뿐이다. 시험삼아 아이피 인증까지 해서 글을 올려봤지만 어떤 응답도 받을 수 없었다.
회의록은 있으나마나
군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인 의회 회의록은 업데이트가 잘 되고 있다. 그러나 정보게시 방법이 단순 나열형태이고, 휴대폰으로는 보기가 힘들다.
다른 군의회 누리집은 어떨까?
전국 지방의회 누리집에 가보았다. 하동군과 인구수가 비슷한 산청군과 함양군 군의회 누리집을 살펴보았다. 모바일 버전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민원인들이 올린 글도 잘 관리되고 있었다. 의회 회의록 열람도 편리했다. 특히 산청군의회 누리집 ‘의회에 바란다’ 게시판에 올린 글은 민원처리 상태도 표시되어 있어 적어도 민원인이 올린 글이 사라지거나 방치되는 경우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