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농민에게서 듣는다
2020년 하동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하동의 총인구는 47,170명이며 이 중 농가 인구는 27,713명으로 전체 인구의 59% 정도를 차지한다. 농가 인구의 구성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성은 14,702명, 여성은 15,011명으로 여성의 비율이 살짝 높고, 연령대별 분포는 40~49세 7%, 50~59세 13%, 60~69세 16%, 70세 이상 20%로 노년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농가 인구가 절반 이상인 하동은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4년, 군 행정과 정치권의 핵심어는 ‘관광, 축제, 투자유치, 도시개발’이었다. 농민의 삶을 우선 챙기는 행정가나 정치인은 보기가 어려웠다. 6월 지방선거에 나선 모든 후보가 그간 소외되어 온 농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농민이 행복한 하동을 만드는 데 머리를 맞대어 주길 간곡히 바라며 농민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4개의 질문을 온라인으로 농민들에게 전달했고, 총 19명의 응답을 받았다.
❶ 농사지으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❷ 하동군에서 도와준다면 꼭 필요한 도움은?
❸ 농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 판매의 과정에서 도움이 가장 필요한 부분은?
❹ 농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복지정책은?
1. 가장 어려운 점
응답자의 42%가 일손 부족이라고 답했다. 판매의 어려움, 비싼 농자재값, 지원사업의 복잡한 신청절차, 풀뽑기 등의 답변도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일하고 집에 가서 밥하고 청소하는 것이 어렵다.’, ‘농민이 유통, 판매까지 신경 쓰다 보니 너무 일손이 부족하고 좋은 제품 생산에 몰두할 여유가 안 생긴다’, ‘환경을 생각해서 가급적 비닐을 사용하지 않으려다 보니 제초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든다’는 답변도 있었다.
2. 하동군에서 받고 싶은 도움
가장 어려운 점으로 인력문제를 많이 언급한 만큼, 인력수급에 도움 주기를 바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외국인 인력 숙소, 농산물 수확기 인력지원, 인력은행 운영 등 농사에 직접 도움이 되는 인력 확보를 위한 요청이 있었고, 주부 도우미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여성 농민이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판매를 위해 직거래장터의 다양화, 택배 지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응답도 있었는데, ‘농산물 판매를 책임져 주시오’라고 쓰신 분도 있어 유통과 판매가 농민들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친환경적 종이 멀칭이 개발되어 유통되고 있다는데 과감한 지원을 통해 앞서가는 하동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타 의견도 있었다.
3. 농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 판매의 과정에서 도움이 가장 필요한 부분
유통과 판매의 과정에서 ‘군에서는 생색내기 좋은 대형업체만 신경 쓰는 것 같고, 농산물 판매 시 미리 정해져 있는 사람들의 특권이 불편하다’는 의견, ‘중간상인의 착복이 너무 많다’는 의견, ‘농협보다 나은 유통 판매망이 절실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소농의 농산물을 군에서 보증해주고 같은 품목을 농사짓는 경우 개별로 판매하기보다 공동출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최근의 이상기후 현상을 지적하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보상 방법들에 대해 기존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었다.
4. 농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농민수당의 확대지급 및 인상, 바우처카드 한도 인상, 긴급의료시설 확충, 농민들의 과다한 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치료 프로그램 마련 등 다양한 답변이 있었다.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과 굽어진 손가락, 만성 요통 등 땅을 일구고 작물을 보살피는 일의 고단함은 말로 다할 수가 없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만 해도 그런데 이를 상품으로 만들고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일까지 오롯이 농민 개인의 몫이다. 현실이 가혹하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인정되어 올해부터는 농어업인 수당이 지급되지만 연간 30만원으로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전남 장흥에서 농민후보를 자처하며 출마한 도의원 후보 박형대씨는 공공농업의 실현을 이야기하며 농산물 최저가격을 바로잡고, 전업농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70%를 기본 생활비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실현가능성은 차후에 생각하더라도 농민을 대변해주는 후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다.
이번 6월 지방 선거를 통해 하동에도 농민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실현하는 의원들이 생겨나고 군행정이 농민의 요구를 깊고 넓게 반영하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