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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적량면 카페 ‘다온’

지난 9월 2일 적량면 문화복지센터 앞에서 벼룩시장 ‘이음장’ 이 열렸다.
올봄 하동에는 적량면에 복지관(문화복지센터, 적량면 대티길 44-22)이 새로 개관했다는 소문이 연기처럼 스멀스멀 퍼져나갔다. ‘면마다 있는 복지관이 뭐 그리 대수길래 만나는 사람마다 부러워할까.’하는 의문이 안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적량면 문화복지센터가 문을 열고 최정점을 찍은 날은 지난 9월 2일 ‘제로웨이스트 카페 다온’ 앞마당에서 벼룩시장 ‘이음장’이 열려 카페에 앉을 자리가 없던 날이었다. 적량면뿐 아니라 하동의 남녀노소가 다 모인 듯, 특히 청년들의 재활용품 판매장이 눈 에 많이 띄었다. 적량면 문화복지센터 1층은 목욕탕과 체력단련실, 북카페 ‘다온’ 이외에도 큰 조리실이 있어 이음장이 열린 날 마을 부녀 회원들은 부추전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2층에는 강당과 사무실 외에 안마 의자를 넉넉히 마련하여 누구나 쉴 수 있는 휴게실을 만들고, 밴드실에는 이미 2개 팀이 연습을 하고 있으나 탁구실은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다른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카페 다온’의 ‘다온’은 ‘좋은 일이 다 모여온다’는 뜻의 우리말이라고 하는데 블루베리나 백향과 같은 적량면 특산품을 이용해 음료수를 만들고 빵이나 제품도 적량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이용한다. 일회용품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밖으로 커피를 갖고 나가려는데 자기 텀블러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빌려준다. 언제든 편리할 때 돌려주면 된다. 가장 흔한 주스용 빨대도 일회용이 아니다. 불편한 사람은 손님이 아니라 카페주인이다. 카페 주인장 정수진, 김정준 씨 부부는 1년 전 삼화실에 귀촌해서 민박집을 하고 있다. 이 부부는 10년 전부터 ‘해피올빙스(happy all beings)’라는 엔지오(NGO)를 창설해 일 년의 절반은 인도와 네팔을 오가며 현지인들에게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카페 한구석에는 제로웨이스트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데 모두 대나무칫솔, 다사용 생리대, 면샤워장갑, 식물모수세미 같은 천연제품들이고 샴푸와 린스, 설거지용 세제는 빈용기를 가져오면 다시 채울 수 있다.
카페 다온 내부에 마련된 제로웨이스트 상품 판매대
정수진 씨는 ‘카페 다온’이 차를 마시러 올 뿐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많이 오면 좋겠어요. 학교 끝나고 와서 책도 읽고 같이 공부도 하며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아이들 보기가 힘드네요. 그런데 할머니들이 밭일하시다가 와서 시원한 것 마시며 잠시 쉬시다 가시는 건 정말 좋아요. 시원한 거 마시러 오시는 할머니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집에 안 쓰는 텀블러도 다 가져다주셔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녹색평론>을 읽는 모임도 하고 있어요. 물론 아무나 올 수 있지요.”
정수진, 김정준 부부. 10년 전부터 NGO ‘해피올빙스(happy all beings)’를 창설해 일 년의 절반은 인도와 네팔을 오가며 현지인들에게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하동읍에 사는 최씨는 “복지관 개관하자마자 일 년 치 끊었어요.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고 목욕하고 와요. 같은 하동인데요, 뭘. 멀지도 않아요. 그전에는 양보로 갔었어요. 하동주민인데 어딜 가건 상관없잖아요.”라며 덕분에 운동을 열심히 하게 돼서 좋다고 한다. 한달에 한 번 직업 관련 모임을 한다는 지씨는 “이번에는 새로 생긴 적량 복지관 목욕탕에 모여 함께 목욕하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근처 적량에 있는 식당에서 모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매달 장소 정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번 해보고 좋으면 쭈욱 갈라구요. 목욕하며 서로 등 밀어주면 미운 정도 때같이 달아나잖아요.”라며 웃는다. 하동 각 면에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인 복지관이 있고, 경로당이 있지만 카페가 있는 복지관은 뭔가 그 이상의 응집력이 있는 것 같다. 무엇이 그 끈끈한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지만 답은 한가지가 아닐 것이란 건 분명하다.
‘카페 다온’에서 실천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는 숫자 제로(0)와 쓰레기(waste)의 합성어로 쓰레기 없애기 혹은 최소화하기란 의미다. 제품이나 포장을 태우지 않고 토지나 해양, 공기로 배출하지 않으며, 재사용·재활용을 통해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소비와 편리만을 추구하며 쓰레기 생산자로 경제적 풍요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인류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 위기라는 명제와 맞닥뜨려 누군가는 두려워하고 누군가는 무심하다. 그러나 지구가 처한 현실을 나의 일 같이 여기는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활동은 2000년 초부터 지구 곳곳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동의 모든 카페나 음식점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면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앞서가는 군민으로 다른 지자체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2023년 10월 / 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