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 국도 만지 배밭 입구에는 배를 닮은 거대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몇 년 전 ‘이화 빛의 이야기길’ 조성사업이 시행되어 거대한 배 조형물은 밤이 되면 밝게 빛나기까지 한다. 만지 배밭을 가로지르는 도로에는 가로등이 설치되었고, 일부 구간의 벚나무에는 작은 조명이 감겨 있어 밤이면 배밭을 훤히 비춘다. 이 사업에 대해 알아보았다.
만지 배밭 로맨스 로드. 밤이면 색색의 조명이 화려하게 빛난다.
윤상기 전 군수는 하동읍 화심리 신지마을(이화마을)과 섬진강 건너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을 연계 개발하겠다며,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이화만사성 섬진강 여행의 베이스캠프 조성사업’을 신청하였다. 공모에 선정되어 2017년 국비 26억 5,000만 원, 군비 10억원 등 36억 5,0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0년 사업을 완료하였다. ‘하동 이화 스마트 복합쉼터’는 2020년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도비·군비 등 41억 원의 사업비로 2020년 12월 착공하여 2022년 완공하였다. 하동군은 얼마 전부터 ‘이화 빛의 이야기길’을 ‘이화 로맨스 로드’라는 지역 정서와 맞지 않는 해괴한 명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늦은 밤에도 불이 훤히 켜져 있는 ‘로맨스 로드’에서 배를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을 만났다. “이화 로맨스 로드 사업 시행 후 실질적으로 배를 구매하러 온 여행객이 늘어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나요? 여행 베이스캠프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주변 농가에 직간접 도움이 되었다고 보시는지요?”
상인의 대답이다. “잘은 모르겠고 등을 설치한 것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배를 판매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만지 배밭 길가에는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가 많다. 일부 구간의 벚나무에 야간 조명을 위한 꼬마 전구 전선이 칭칭 감겨있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밤에 켜지는 밝은 빛과 열은 식물의 야간 호흡량을 증가시켜 낮 동안 축적된 탄소를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들어 나무의 건강을 위태롭게 한다. 이는 나무가 야간에 장시간 조명에 노출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동군의 실효성 없는 공모사업의 결과, 예산 낭비는 물론 애꿎은 벚나무에 빛 사슬만 칭칭 동여맨 채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매일 밤 나무에게 고통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