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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 과연 하동의 100년 먹거리인가

하동군민이 관광으로 얻는 이익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다. 사기업이나 소수만이 얻는 이익이라면 관광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2019년 하동군을 다녀갔다는 780만 명의 관광객이 한 끼 식사로 1만 원을 썼다면 7백8십억의 관광수익이 생긴다. 숙박, 식사, 입장료 등으로 하루 10만 원을 썼다면 7천8백억! 하동군 전체 예산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과연 그만한 돈이 하동에 들어왔을까?

하동 관광객 소비 유형 중 96.1%가 식음료 소비

한국관광공사의 관광특화 빅데이터 플랫폼인 「한국관광데이터랩」(https://datalab.visitkorea.or.kr)에서는 이동통신, 신용카드, 내비게이션 등을 이용하여 지자체별 방문자규모, 관광활동유형, 소비규모를 보여주고 타 지역과 비교분석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자료 중 하동군을 찾는 관광객의 ‘신용카드 소비액 유형별 분포’(2021년 1월부터 6월 자료)를 살펴보자.
가장 많은 소비유형인 식음료를 좀 더 세분하여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식 37.9%, 카페 등 34.7%, 전통찻집 10.9%의 순서로 분포되어 있다. 숙박업의 경우 펜션이 34.3%, 콘도나 리조트가 26.2%, 캠프장이 16.7%, 모텔이나 여관 15%, 민박 2.1% 순으로 분포되어 있다. 또한 ‘방문 및 체류추이’ 내역을 살펴보면 1월부터 6월까지 하동을 방문한 사람들의 평균 체류시간은 약 300여 분이다.
이와 같은 자료를 토대로 한다면, 하동 방문객들은 5시간 정도 하동에 머물면서 맛집이나 전망 좋은 카페를 찾아가 식음료를 즐기는 형태의 관광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광객의 소비는 하동의 경제에 얼마나 비중을 차지할까?

실질적 관광수익인 ‘숙박 및 음식점업’이 하동경제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6%

하동군의 지역 내 총생산(GRDP: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을 살펴보자. GRDP란 각 지역에서 경제활동별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가 발생하였는가를 보여주는 경제지표로 시군별 GDP라고 볼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하동군의 GRDP는 평균 약 2조 2천억 원 정도이며, 2016년 이후 감소추세이다. 이 중 직접적인 관광수입이라고 볼 수 있는 숙박 및 음식점업의 GRDP는 평균 3백6십억 원 정도로 하동군 지역 내 총생산에서 1.6%의 비율을 차지하는데, 같은 기간 동안 정체나 답보상태에 있다.
경제활동별
2015 (백만원)
2016 (백만원)
2017 (백만원)
2018 (백만원)
34,316
36,397
36,236
36,925
윤상기 군수의 인터뷰(2017. 6월)에 따르면 2015 ~2017년 사이에 관광객은 500만 명에서 650만 명으로 30%나 폭증했고 2019년에는 780만(2020. 1월 인터뷰) 명에까지 도달했는데 관광수익이 거의 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하동을 찾은 관광객이 하루에 딱 만 원씩만 지출했다는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을 해도 관광수익이 최소 500억(2015년)에서 650억(2017년)으로, 2019년에는 780억으로 증가해야 마땅한데 이 기간 동안 관광수익이 변함없이 360억 안팎에서 정체되어 있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동을 찾는 관광객들이 지독한 자린고비이거나 아니면 하동군이 허황된 집계로 군민을 현혹시키고 있거나, 답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과장된 근거, 부풀려진 희망, 과연 지역주민들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이렇듯 GRDP 수치만 간략히 짚어보아도 관광산업이 “하동의 100년 먹거리”이며 1000만 관광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주장은 허황되고 근거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 진행된 지역의 주민생활을 보면 경제적 혜택을 얻기는커녕 마을의 공유자산 이용권을 박탈당하고 경제적 부담마저 늘어난 경우가 많다.
금성면 고포마을, 평상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주민들에게 ‘고포캠핑장이 생긴 후 어떤 이득이 생겼는지?’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우리 득 될 것 하나 없어요. 저게 생긴지 3년 정도 됐는데, 그 전에는 공원이었거든요.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던 곳을 이제 돈을 2만 원이나 내고 써야 할 판이니 뭐가 좋아요?”였다. ‘캠핑장 운영을 마을에서 하는 등 다른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에는 “우린 공원이 없어지고 저게 들어서는지도 몰랐고, 전자입찰인가 하는 그런 걸로 (위탁업체를) 뽑았다는데 우리가 그런 걸 할 줄이나 아나요?”라고 답했다. “코로나가 무서워서 외지인들 들락거리는 거기는 어지간하면 잘 안 간다.”는 주민들. 공유지였던 마을공원을 위탁업체과 관광객에게 내어주고 막상 주민들은 이용료까지 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악양면 고소성 군립공원에 있는 스타웨이는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이다. 스카이워크 전망대와 워크샵을 할 수 있는 회의실 등을 겸비한 규모가 꽤 큰 건물이다. 이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스타웨이에 입장하려면 지역주민도 예외없이 2,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 군예산으로 만든 공용주차장을 스타웨이 측에 임대하여 지역주민과 고소성 군립공원 등산객이 주차장 이용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인허가 과정부터 특혜시비가 일었던 이 카페가 공영주차장을 2020년부터 5년간 연간 2백십만(2,184,000) 원의 헐값으로 임대한 것이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그 넓은 주차장 하루 임대료가 스타웨이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악양 주민 오주옥씨(58)의 말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경제논리로 관광개발사업을 진행했지만 그 결과는 공유자산의 사유화로 인한 주민배제와 부담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하동의 100년 먹거리라는 경제논리를 내세워 지리산과 섬진강, 남해바다의 곳곳이 개발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과장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근거없는 낙관주의와 주민피해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관광수익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다수 지역주민에게는 공유자산의 박탈과 환경훼손, 소음, 쓰레기 문제 등의 피해만 남는다면 소위 ‘100년 먹거리’ 하동의 관광산업은 근본적으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2021년 8월 /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