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하동군은 지리산 성제봉(형제봉) 신선대에 기존의 구름다리를 철거하고 새로운 구름다리를 설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 사업은 1년 2개월에 걸쳐 21억9천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다. 하동군은 이 사업의 목적과 기대효과로 ‘철쭉군락지를 보고 즐길 수 있는 곳’, ‘단절된 등산로 연결’, ‘기존 산림경관유지’, ‘산림생태계 네트워크 구축’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구름다리가 당초 기대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우선, ‘기존 산림경관유지’를 살펴보자. 신선대는 형제봉을 상징하는 바위봉우리로 악양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만큼 매우 클 뿐 아니라 신성한 풍경을 간직한 곳이었다. 그런데 길이 137m, 폭 1.6m로 시공된 구름다리로 인해 기존의 경관이 많이 훼손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름다리를 찾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섬진강과 악양의 경관만 생각한 나머지,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섬진강과 악양에서 바라보게 될 신선대의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철쭉군락지를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하였는데, 이번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약 142평의 철쭉 군락지가 영구 훼손되었다. 게다가 철쭉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한 안내문구나 무분별한 출입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신선대에 오르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신선대 바위 사이에 자생하고 있는 소나무들이었다. 어렵게 뿌리를 내리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소나무는 그 자체로도 경이롭고 신선대의 경관을 더욱 신성하게 해주었는데, 이번 공사로 인해 바위 사이에 있던 다수의 소나무가 뽑혀 없어졌다. 신선대 구름다리 입구에는 주민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주던 소나무가 공사중 훼손되어 끝내 고사한 것이 최근 확인되었다.
신선대에는 고소성과 같은 양식으로 축조된 성벽이 신선대 바위를 둘러싸고 조성되어 있었다. 용도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고, 문화재로 등록, 보고된 적이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방치된 문화재였으나, 이번 공사로 심각하게 훼손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시공업체에서 구름다리의 기초를 설치하기 위해 고의로 성벽을 무너뜨리고 성벽밑바닥에 콘크리트 기초를 놓은 것이 확인되었다.
신선대에 관심이 많은 최지한씨(41, 악양면)는 “지난 겨울 구름다리 공사 소식을 접하고, 신선대에 가보았더니 성벽이 심하게 훼손되어 깜짝 놀랐다. 하동군 산림녹지과에 문의하였더니 훼손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등록된 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어이없어 했다. 최지한씨가 성벽 훼손에 대해 문화재청에 문의하였더니 “신선대 성벽이 등록된 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상 문제 삼을 수는 없으나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문화재 관련법에서는 공사과정에서 문화재가 확인되면 지체없이 공사를 중단하고 지표에 노출된 유물이나 유적의 분포 여부를 있는 그대로 조사하고 문화재청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신선대 성벽이 등록된 문화재는 아니지만,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던 문화유산이었던만큼 조사 발굴이 우선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구름다리 건설 사업에서는 하동군의 관리감독 소홀과 시공업체의 무관심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된 것이다. 형제봉 신선대만이 갖고 있는 소중한 경관과 문화유산을 훼손한 이번 사업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