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은 한반도의 남쪽 끝이지만 자연환경에서는 한반도의 심장 같은 곳이다.
1개 읍 12개 면이 독특한 지역 특성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13개 읍 면을 상징 단어들로 살펴본다.
화개. 마고할미가 숨을 불어넣은 반야봉, 아래 첫 마을.
형제봉 어디쯤에서 반달가슴곰 심장이 쿵덕인다.
칠불사, 쌍계사 …. 셀 수 없는 절들엔 반야의 바람이 내려앉고
산등성이마다 피어난 야생녹차가 몸속에서 죽비 소리를 낸다.
꺽지와 은어들도 들숨을 내쉬며 화개천을 타고 내려간다.
악양. 가을이 오면 잘 익은 대봉감으로 발갛게 물드는 마을.
대봉감은 악양 농부의 심장 같다.
무디미 들판 부부송은 오늘도 다정하고 동정호엔 가물치가 펄떡인다.
고소성에 서면 섬진강을 오르는 숭어들의 솟구침을 본다.
하동읍. 하동 포구엔 재첩이 오글오글 모여든다.
재첩과 참게는 섬진강 모래를 삼켜 심장을 씻고 하얗게 뱉어 낸다
900그루 소나무 숲, 송림은 섬진강 소리를 나이테에 새겨 넣는다.
지리산에서 내려 온 바람과 섬진강을 타고 올라온 빗물이
너뱅이들에서 만나 한 해 농사를 짓는다.
적량. 구재봉 정상에 서면 솔개의 심장이 된다.
세상이 다 보인다. 남해 바다도, 천왕봉도 한 날개 짓에 품는다.
골짝마다 주렁주렁 달린 돌배가 물까치를 먹여 살리고
취나물은 다른 마을보다 먼저 솟아나 사람 몸에 봄을 밀어 넣는다.
횡천. 횡천강엔 다슬기 느린 걸음이 다 들여다보인다.
논에는 황새가 벼를 키워 황새쌀을 만들고
산에는 멧돼지가 탄탄한 밤톨을 삼켜 새끼를 키워낸다.
옥종. 땅 속에 보물을 품고 있는 마을.
하얀 고령토는 살림살이가 되고, 티타늄은 첨단 미래로 숨쉰다.
고성산성엔 5000명 동학농민군 심장이 성벽 돌마다 스며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20만 그루 편백나무 숲에선 시간마저 느긋하게 간다.
양보. 황소 울음이 긴 여운을 남기는 마을.
선한 눈망울을 가진 사람들은 황소 심장을 가졌다,
밤과 고구마 맛이 들어있는 밤호박은 이웃나라에 가기에도 바쁘다.
북천.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면 잠자리와 사람들이 모여드는 북천역.
소설가 이병주는 “나에게는 조국이 없다. 오직 산하만이 있을 뿐이다.”고
소설 ‘지리산’에서 하동 심장을 노래했다.
고전. 하동읍성엔 가야시대 이전부터 임진왜란까지
수많은 장병들 심장이 묻혀있다.
하동의 옛이름 한다사의 중심이던 마을.
섬진강이 에돌아가고 남해바다가 차오르며 만든
신월습지에 물새들이 노닌다.
청암. 고라니가 하동호에서 뜨거운 심장을 식히는 마을.
50리 청암계곡 바위들마다엔 고기잡고 헤엄치던 기억들이 서려있다.
도인들이 찾던 청학동엔 서당과 삼성궁이 옛 이야기를 불러낸다.
진교. 금오산 해맞이 공원에서 바라본 남해바다를 심장에 담는다.
사기마을 막사발에 따른 막걸리 한 잔으로 잠시 숨을 고르면,
술상리 전어들이 가을을 불러온다.
금남. 1598년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던 이순신의 심장이
지금도 노량바다에 일렁인다.
장구섬엔 공룡이 화석으로 굳어 있고, 감성돔은 해상국립공원을 노닌다.
대송산업단지는 깊은 잠을 자고 있다.
금성. 섬진강이 225km 긴 여정을 끝내는 곳.
논에는 남도 마늘이 겨울에도 푸르다.
섬진강을 내보내고 바다를 맞이하는 고포마을을 돌아서면
갈산만 조선산업단지가 멈춰있다.
하동석탄화력발전소의 거대한 일곱 개의 굴뚝은
하늘을 향해 날마다 포탄을 쏘는 듯하다.
편집인
왕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