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고 오만한 도시생활자가 ‘날씨와 생활’을 생각하게 된 건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불러온 팬데믹 때문이었다. 십여 년 전, 어쩌다 ‘폐기저질환자’가 되어서 가끔 지방을 오가며 요양을 하곤 했는데, 3년 전 남원 지리산 자락에서 ‘코로나 19 사태’를 맞게 됐다. 듣도 보도 못한 높은 치명률에 놀라 납작 엎드려 몇 달을 지냈다. 그렇게 삼 년 차가 됐고, 어느덧 악양 지리산 자락에 작은 집까지 얻게 됐다. 언젠가 따뜻한 남도에 작은 집을 짓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었지만, 바이러스가 그 계획을 앞당겨 줄은! 막연했던 이상기후, 세기말 지구의 날씨가 내 생활 속에 있음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