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이 ‘군민정원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의 군청 주차장 부지에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하동을 대표할 크고 오래된 나무들을 옮겨 심어 군민과 내방객을 위한 ‘군민정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업이 이례적으로 긴급 공고를 통해 신중한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과 오래되고 큰 나무를 옮겨 심는 방식으로 나무의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계획이라는 점이다.
군민정원 예정지인 하동군청 주자장 부지
군민정원, 과연 긴급한가
군민정원 조성사업은 하동군청 마당을 정원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일반 공고가 아닌 ‘긴급 공고’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하동군 관계자는 그 이유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기획재정부의 계약 지침과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국가 재정정책 상 예산의 조기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긴급 공고’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다른 재정사업과 연계돼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또는 긴급한 행사·재해예방·복구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에 한해” 추진이 가능하다. 군민정원 조성사업이 이런 요건에 해당 하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동군청 군민정원 조성사업 기본계획 용역’ 긴급 공고(출처 : 하동군 홈페이지)
이미 조성되어 있는 소나무와 정자 등 시설물을 철거하고 새롭게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군민정원을 조성하는 이번 사업을 두고 “신중한 검토과정이 없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하승철 군수가 본인의 재임 기간 내에 군민정원을 조기 건설하기 위해 무리하게 ‘긴급 공고’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군민정원 나무 심기 계획’이 적절한지 의문스러워
군민정원에 심을 나무를 확보하려는 계획도 그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호할 만한 큰 나무를 옮기려면 굵은 가지와 함께 깊이 내린 뿌리까지 잘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무가 말라죽거나 병들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보호할 만하고 오래된 나무’를 옮겨 심어 군민정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나무의 생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다.
하동군의 담당 공무원은 “되도록 큰 나무를 옮겨 심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이와는 상반되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면 큰 나무를 옮겨 심어 많은 군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나무의 모양과 경관적 가치가 훼손되더라도, 군민정원 조성을 위해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보존할 가치가 있는 수목’을 옮겨 한곳에 모아놓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군민정원 만들기에 활용할 만한 수목자원 조사 계획(출처 : 이장단 회의자료)
하동의 정체성과 각 읍면의 대표성을 살리겠다는 계획 역시 문제가 있다. 옮길 수 있는 큰나무를 구하기 어려워 개인 정원이나 농장에 심은 나무를 기증받아 군민정원에 옮겨 심을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정원이나 농장에 있는 나무가 하동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담아낼지도 의문스러울 뿐더러, 각 지역을 대표할 가치를 지닌 수목이라면 그 자리에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문제제기도 있기 때문이다.
목적달성 여부도 불분명한 군민정원 조성사업
하동군청은 군민정원 조성사업의 목적을 다음 두 가지로 밝히고 있다.
군민정원 조성사업의 목적 (출처 : 군민정원 조성사업 기본계획 용역 과업지시서)
그러나 하동군이 사업 목적으로 밝힌 ‘문턱없는 군청’을 만드는 것이 ‘군민정원 조성’이라는 ‘이미지 제고’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것인지부터가 우선 의문이다. 또한 군민정원이라는 ‘쾌적한 녹지공간 연출’이 ‘지역소멸위기 극복’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는 상태이다.
막대한 예산에 비해 기대효과가 불분명한 ‘군민정원 조성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지 않도록 군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