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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화장실은 뜯어내고, 새 화장실은 기약이 없고

‘국민안심 그린공중화장실 선도 사업’, 누구를 위한 것일까

세 차례 연기, 이번엔 무기한 연기

지난 3월 (구)악양시장 내 화장실이 철거되었다. 행정안전부의 ‘국민안심 그린공중화장실 선도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화장실을 새로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5일, 기존 화장실 철거로 악양면민들이 이용하던 공용화장실이 없어졌으나,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화장실은 설치되지 않았다.
당초 3월 말에서 4월 30일, 5월 말, 6월 30일로 완공이 세 차례 연기된 데 이어 또다시 연기된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무기한 연기다.
하동군에 따르면 “사업자의 부도로 화장실 설치가 연기되었다.”고 한다. 기존 사업자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여 화장실을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기존의 화장실을 철거하고, 새로운 이동식 화장실을 “갖다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던 계획이 틀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자료출처] 국민안심 그린공중화실실 선도 사업계획 변경 신고서

(구)하동역 설치가 불가능해지자 (구)악양시장으로 장소 변경

하동군의 공모 서류를 살펴보면 화장실은 원래 (구)하동역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부지가 철도청 소유라서 설치가 불가능해지자 (구)악양시장으로 장소를 변경하였다. 계획한 곳이 화장실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하동군이 밝힌 변경 사유는 ‘시설 노후화 등으로 인한 이용 불편’이다. 하지만 (구)악양시장 화장실의 준공년도는 2018년이다. 고작 6년밖에 되지 않은 화장실이 노후화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라면 하동군 내 대부분의 화장실을 새로 지어야 할 판이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하동군이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임시 화장실을 설치하였으나,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구)악양시장에 화장실 설치도 쉽지 않아

(구)악양시장에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해당 부지가 도로보다 낮고, 가까이에 전깃줄이 지나가고 있어 도로에서 크레인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칫 무리하게 설치 작업을 진행할 경우 크레인이 넘어지는 등의 대형 사고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

고령자가 대다수인 면민들을 위한 화장실임에도 여전한 계단들

또한 지금의 화장실 부지는 많은 돌계단이 있어 몸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접근하기 힘들다. 예산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새롭게 화장실을 설치하게 된다면, 누구나 화장실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 부지를 높이는 일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상황이다.
사업명대로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장을 잘 살펴보고,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안전하게 공중 화장실 설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