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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청의 공무원 실명 비공개 조치

공무원의 개인정보 보호보다 군민들의 개인정보 유출방지가 더 필요해

하동군청 홈페이지에서 국장급 이하 하급공무원의 실명이 모두 사라졌다. 지난 3월 김포시 9급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자살하자, 행정안전부가 4월 ‘홈페이지 등지에 담당 공무원 성명 게시 여부는 지자체가 자체 판단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하동군청이 취한 조치이다. 행정안전부의 권고 이후 충남·경남도는 홈페이지에서 도지사의 이름까지 없앴고, 서울의 중구·금천구·영등포구, 부산의 연제구 등도 구청장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각급 지자체의 이 같은 조치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공개·투명행정을 지향하며 공공기관의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해오던 그간의 흐름에 역행하는 데다, 단순히 실명 비공개만으로 악성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하동군청에 악성민원인의 각성을 촉구하는 알림판이 게시되어 있다.
하동군청의 공무원 실명 비공개가 여타 지자체에 비해 낮은 수준임에도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동안 하동군청이 군민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소홀했다는 의심을 사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 1월 A면의 B씨는 하동군청이 추진하는 ‘소규모 영농기계 보조사업’에 지원했다가 민간 위탁업체로부터 “보조사업에 선정됐으니 업체를 방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군청이 진행한 사업에 지원한 군민들의 개인정보를 민간업자가 어떻게 얻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 3월에는 C면에서 하동군의 마을지원 사업에 지원했던 주민에게 민간업자가 선정 사실을 통고하며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까지 받아간 사실이 드러났다. 모두 군청에서사업대상자 선정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사건들 때문에 “군청 공무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조치보다 시급한 것이 군민들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는 것 아니냐.”(B씨)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B씨가 개인정보 유출의 책임을 물어 하동군청을 고소하면서 경찰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군청의 각종 사업에 지원한 군민들의 개인정보를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모든 공무원이 열람할 수 있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 때문에 여러 의심스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유출자를 특정할 수 없어 사건은 기각 처리됐다.
그동안 하동군청이 군민들의 개인정보를 얼마나 소홀하게 관리해 왔는지 명확히 보여준 사건이다.
하동군 공무원들도 악성민원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공적 권한을 갖고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직책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공개하는 것은 민주행정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에서 공적 권한을 갖지 않은 군민들의 개인정보와 대등하게, 혹은 그보다 우선하여 보호될 수는 없다.
하동군청의 이번 실명 비공개 조치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이번 조치에 상응하는 군민의 개인정보 보호조치 강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