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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학교,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최비성

하동읍, 독립서점 ‘시소’ 운영
요즘 평범한 청년의 인생을 살펴보니 평균 16년, 유치원과 대학원까지 보태면 약 20년을 학교에서 보낸다. 학교가 삶의 장이고 온갖 인생교육을 배우고 깨우치는 장소다. 너무나 고맙고 귀한 곳이다. 친구도 사귀고 미래의 꿈도 실현할 수 있는 집(가정)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도 되는 학교...
5년 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하동 사랑은 참 유별나셨다. 하동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잘 오려서 스크랩하시고, 어머니께서 우리들의 교육을 위해 진주로 이사를 가려던 계획을 무산시키고, 심지어 4남매의 고등학교 진학 시 마산과 진주로 원서를 쓰려고 했을 땐 식음을 전폐하고 당신 뜻대로 하동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하셨다. 아버지의 영향인지 나는 하동을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학교생활의 즐거움으로 사춘기도 모르고 여고시절을 보냈다.
지금 하동은 하동여고-하동고, 통폐합으로 여러 곳(간담회, 공청회, 토론회 등)에서 목소리를 내며 애쓰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나는 마치 당사자가 아닌 것처럼 뒷전에서 모교가 사라지는 아쉬움에 빠져 찬성도 반대도 아닌 감성적인 분위기에 젖어 있었다. 여러 의견 중 나 같은 사람의 입장도 있을 것이고 이 입장마저도 소중할 수도 있다.
모두들 미래의 주인공인 하동의 청소년들의 교육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신다. 깊이 생각하면 참 든든하고 감사한 일이다. 나는 찬-반을 떠나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일에 동의한다. 인구는 줄고 그마저 학생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하동을 떠나 타지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책이 시급하다고 한다. 정호승 시인의 시처럼 ‘너(아이들의 교육)를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랑을 책임지려고 행정과 교육계에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과열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생각한다.
삶은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이 ‘기대한 것’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인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임을 깨닫는 데는 내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의견을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태도도 중요하다. 설사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내가 옳고 상대가 틀렸다는 식의 태도는 소통을 단절시키는 행위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라도 하동 교육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내 고향 하동과 모교를 사랑하는 만큼, 뭐가 제일 시급하고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학교 만들기인지 객관적으로 다가가기로 했다.
힘든 시기일수록 마음의 아름다운 어떤 것을 품고 더 나은 환경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함께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모두가 행복해지고 더불어 살기에 마땅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갑자기 30여 년 전 만우절 날 67번까지 있었던 우리 반과 옆 반이 교실을 바꿔치기하여 선생님들을 속인 일이 떠올라 괜히 미소지어진다. 좁은 교실에서 도시락을 까먹다 반찬 냄새로 들통이 나 단체 기압을 받던 추억도 새삼스럽게 생각나고...
앞으로 10년 후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게, 너무 사랑해서 미안하지 않게 각자 자리에서 역할을 잘 하고 우리 하동이 진정한 명문교육의 거점도시로 거듭나 하동으로 이사 오는 가족들이 늘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