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home
이슈/사회
home

지역과 지구를 살리는 로컬(지역)마켓

고전면 ‘배다리장’ 악양면 ‘빨간무 마켙’ 하동읍 ‘섬진강 다사장’

우리는 1만 6천 킬로미터를 왕복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먹고, 동남아의 값싼 노동으로 만들어진 티셔츠를 입으며, 열대지방에서 수입하는 과일쥬스를 마시고, 남아메리카산 커피를 마신다. 지구는 ‘한가족’이고 다양성은 삶을 풍부하게 하고 가격이 싸서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들을 옮기는 ‘탄소발자국’나 ‘기후정의’ 같은 것은 일부 진보적인 사람들이나 신경쓰는 남의 일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로컬의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지역화’에 미래가 있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민주주의, 온전한 경제를 회복하려면 삶의 중심을 로컬로 전환하고 전 세계의 로컬 경제가 튼튼해져야 한다. 지역화는 지구촌이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자녀들과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
인구소멸과 지역을 살리는 데 중요한 요건의 하나는 시장이다. 시장이 북적거리고 소문이나면 다른 동네 사람까지 몰려든다. 온라인 시장이 발달해 필요한 것을 집에 앉아서 받을 수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 내 발품 팔아 시장에 가려면 그곳에만 있는 특이점이나 희귀성이 필요하다. 꼭 상품만이 아니라 상품과 더불어 따라오는 재미나 기쁨, 뿌듯한 만족감과 새로운 발견, 그리고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그곳만의 추억 같은 추상적 상품도 덤으로 따라야 한다. 바로 이런 점을 노리고 지역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시장이 바로 ‘하동읍의 섬진강 다사장, 고전면의 배다리장, 악양의 빨간무 마켙’ 같은 로컬 마켓이다.

고전면 ‘배다리장’……

배다리장 홍보 입간판 앞에 서있는 주성마을 이장 강택환 씨
고전면 배다리장은 주성마을 이장 강택환 씨가 주축이 되어 주성마을 사람들이 신라시대부터 있었다는 천년의 장을 부활시켜 고전면의 영화를 꿈꾸며 탄생시킨 장터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린다.(고전면 주성길 4, 주성마을 회관) 마을 주민들이 직접 가꾼 농산물이 특징이며 ‘고하 버거(Burger)’를 이용하고 ‘하동읍성’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취향을 겨냥한 하동 유명공방의 작품과 하동 특산품이 구색을 잘 갖추고 있다. 참가하는 판매자에게 매대는 무료로 제공한다.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생산자의 이름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악양면 ‘빨간무 마켙’……

악양면 마을공방 두니에 있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빨간무 마켙’이 열리고 있다.
악양의 ‘빨간무 마켙’은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1시-5시(여름 3시-7시), 마을공방 두니(악양면 악양동로 176, 구 축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다. ‘이런협동조합’과 ‘마을공방 두니’ 구성원을 주축으로 누구나 물건을 들고 오면 판매자가 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차다구, 농산물, 식물, 손뜨개, 수공예, 그림, 분식, 그리고 집에서 안 쓰는 중고물품 판매를 환영하며 즉석 부추전이 인기다. 장이 열리는 날은 물건을 팔거나 사러 모인 사람들의 잔칫날이며 신명나게 노는 날이다. 마을 할매들이 나물을 팔러 올 그 날을 간절히 기다린다. 8월 마켓이 열리는 날에 맞춰 독립서점 ‘이런 책방’도 함께 오픈했다.

하동읍 ‘섬진강 다사장’……

섬진강 다사장은 하동 청년들의 주도하에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봉사활동과 사회활동을 실행하기 위해, 약 55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이루다하동’(회장 허수정)에서 운영한다. 계절별로 연 4회 이동 운영 중이지만, 그 동안의 인기를 몰아 (구)하동역에 정착하기 위해 군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지역에 있는 소상공인, 청년창업자, 청년 예술인을 위한 판매행사와 더불어 체험, 공연, 전시를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하동 관련 농·특산물, 지역 청년 예술인이 손수 만든 작품을 판매하며 기부활동에 참여를 원하는 판매자들도 참여한다.
송림에서 열린 섬진강 다사장에서 주민들이 구경하고 있다.
하동을 사랑하고 지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달력에 날짜를 잘 표시해 두자. 택배 대신 시장 바구니를 들고 우리 지역 사람들이 생산한 건강한 먹거리를 사고, 손수 만든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새로운 이웃을 만나러 가자.

2023년 9월 / 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