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기 (전)군수 등이 ‘허위의 사업계획으로 국유지 등을 매입하여 민간사업자에게 매각 추진’
지난 6월 23일 창원지방검찰청은 하동군청 도시건축과와 문화관광과, 윤상기 (전)하동군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20여 년만에 실시한 감사원의 정기감사에서 윤상기 (전)군수를 비롯한 다수의 공무원들이 가짜 사업계획서로 국유지를 싼값에 매입하여 아파트 건축업자에게 넘기려 한 혐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민간 건설업자에게 넘겨줄 목적 으로 가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국유지 매입’
지난 5월에 공개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범법행위는 2018~2022년까지 윤상기 (전)군수의 임기 내내 계속됐다. 2018년 10월 윤 (전)군수는 국가와 한국철도공사가 소유하고 있던 (구)하동역사와 인근 국유지를 군 예산으로 매입하라고 지시했다. 윤 군수는 이 부지를 민간 건축업자에게 넘겨 아파트를 짓게 할 계획이었으나「국·공유재산법」등에 저촉돼 해당 부지를 민간에 넘기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에 윤 (전)군수는 하동군이 공공의 목적으로 레일 바이크(MTB) 사업을 하는 것처럼 허위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공유재산심의회의 승인과 군의회 의결을 받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3월 군 예산 16억여 원으로 문제의 국유지를 사들여 민간 건설업자에게 매각해 아파트를 짓게 하려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것이다.
MTB 사업부지와 아파트 건설부지 위치도, <감사보고서>
‘민간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영업손실보상금을 예산으로 집행’하는 등 온갖 불법행위 저질러
이들의 불법·부당행위는 한국철도공사 등 국·공립기관을 허위 사업계획서로 속여 국유지를 매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민간 건설업자에게 넘기려 한 아파트 부지에서 영업 중이던 ‘3개 기업에 대한 2억 7천만 원의 영업손실보상금도 군 예산으로 대신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윤 (전)군수와 도시건축과 과장 등은 2020년 1월 초에 MTB사업부지 등 3곳의 아파트 건립 후보지의 위치, 면적, 소유자, 행정절차 등을 기재한 ‘아파트 건립 대상지’라는 문서를 작성한 후 하동읍내 OO횟집에서 건축
업자를 만나 이 문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윤 (전)군수와 문화관광과장은 “아파트 일부를 한국남부발전 사원 숙소로 쓸 수 있게 도와주겠다”거나 “A사 하동출장소 등이 영업하고 있는 것이 아파트 건립사업을 할 때 문제가 될 테니 이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건축업자에게 온갖 특혜와 편의를 제공했다.
심지어 이 건축업자는 2020년 1월 13일, 군수실을 방문한 후 도시건축과 직원들로
부터 “MTB사업부지에 아파트사업을 하려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도시건축과에 ‘주민제안방식’으로 제안하고, 그 전에 문화관광과에 MTB사업부지에 대한 사전협의를 요청”하라는 등의 상세한 코치까지 받은 걸로 드러났다.
이후 하동군 도시건축과는 윤상기 군수 퇴임 후인 ‘2022. 7. 22. 감사일 현재까지 MTB사업부지에 대한 아파트사업 목적의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추진’(<감사원 보고서> 23쪽)했다.
하동군은 이렇게 군 소유가 된 땅을 특정 건축업자에게 매각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아파트 건설사업은 뜻대로 진행되지 못했다.「주택법」,「공유재산법」,「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 건설사업처럼 전체면적이 100% 군유지로 된 경우에는 해당 지자체가 수의계약으로 땅을 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군수부터 하위직 공무원까지 연루된 사건의 심각성에 비해 징계는 솜방망이
감사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 ‘윤 (전)군수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하동군청 문화관광과와 도시건축과 과장, 계장 등 관련 직원 4명을 징계하라고 하동군에 통보했다.
자료 출처 : 부당한 업무처리에 대한 부서별·인별 총괄표, <감사보고서> 인용
그러나 윤상기 (전)군수의 주도하에 담당 국·과장 등 고위직 공무원은 물론 계장 및 담당자들까지 광범위하게 연루된 이 사건의 규모와 심각성에 비해 관련자에 대한 징계는 미미하고, 사후 대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처음부터 민간 건설업자에게 국유지를 싸게 넘겨줄 목적으로 허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국가기관을 속여 국유지를 매입한 후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정 건설업자의 이익을 위해 공권력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하동군정의 총체적 난맥상과 하동 공무원 사회의 기강해이를 잘 보여준다.
취임 1주년을 맞은 하승철 군수는 감사원이 요구한 솜방망이 징계로 이 사건을 마무리지을 것이 아니라 윤상기 (전)군수와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형사고발과 함께 낭비된 예산에 대한 환수조치까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군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새로운 군정을 시작하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