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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하고 허술한 하동군의 보도자료

성과에 급급했던 것일까. 최근 하동군 보도자료가 논란이다. 성과를 알리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 지금의 성과가 있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밝힐 근거를 제시하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하동군에서 주요 성과로 홍보한 ‘하동산 냉동김밥 수출’과 ‘대규모 숙박시설 유치’ 관련 보도자료를 살펴보았다.

냉동김밥 - 2021년에 이미 수출을 시작했 는데 올해 처음으로 영국에 진출했다고?

냉동김밥 수출 건은 지난 8월 2일 ‘하동 11시 45분 김밥, 영국에 행복을 전한다’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보도자료에서 하동군은 “지난달 17일 영국으로 수출한 섬진강 쌀에 이은 하동산 냉동김밥의 영국시장 진출로 하동 농산물이 유럽시장 개척에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며 마치 하동산 쌀로 만든 냉동김밥이 처음으로 영국에 수출된 것처럼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21년 12월 28일 하동군은 ‘하동산 냉동김밥 영국 첫 수출길 올랐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윤상기 전 하동군수 재임 시절, ‘복을 만드는 사람들(주)’(이하 복만사)에서 제조한 냉동김밥을 식품 수출기업인 희창물산(주)이 영국과 미국에 수출한 것이었다. 수출용 냉동김밥을 첫 선적하는 자리에서 윤상기 군수는 “냉동김밥은 희창물산의 유통망을 통해 하동의 대표식품으로 전 세계에 ‘K-Food’를 알리는 선봉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탄탄한 유통망을 가진 수출업체를 통해 하동 농·특산물이 많이 수출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선적 이후에도 냉동김밥 제조업체인 복만사와 무역업체인 희창물산(주)을 통해 매년 수출이 이루어져 왔음에도 마치 이제야 해외시장을 새로 ‘개척’한 것처럼 홍보한 것이다.

대규모 숙박시설 - 구체화된 게 없는데 경제효과부터 상당할 거라고 홍보?

지난 7월 18일 하동군은 ‘<머무는 하동> 대규모 숙박시설 유치 잰걸음’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하동군은 보도자료에서 ‘변화하는 관광 트랜드에 적극 대응하고, 관광활성화의 약점으로 꼽히는 숙박문제 해결을 위해, 후보지 14곳을 선정하고 해외 유명 호텔체인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하동군은 대규모 숙박시설 후보지 14곳을 조망권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선정했으며, 위치는 해안가, 섬진강변, 화개천변, 하동호 주변 등이라고 밝혔다. 선정된 14곳의 후보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어려우며, 현재 토지소유주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14곳의 후보지는 각각 화개 3, 악양 1, 하동읍 1, 금남 6, 진교 2, 청암 1 개소이다.
이와 같은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전문 용역을 시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며, 이어 지금은 일단 대규모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8월 말로 계획된 해외 유명호텔체인 관계자의 현장 방문 이후 사업이 구체화되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구체화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잰걸음’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기자의 질문에 담당자는 “직접적으로 투자를 하겠다라는 투자자가 나선 상황은 아니며 준비하는 단계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봐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동군은 아직 확정조차 되지 않은 기획단계의 사업에 대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생산품 소비로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민간투자유치를 통해 외부 인구 유입과 관광 활성화에 따른 유동인구 증가 등의 효과’를 언급하였다. 성급해도 너무 성급하다. ‘구체화된 것이 없는 사업’에 대해 ‘경제유발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상상을 보도자료로 낸 셈인다. 군민들을 현혹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제 준비단계에 불과한 대규모 숙박시설 유치 사업을 대하는 하동군의 모습에서 지난 2010년 갈사산단 기공식을 앞두고 배포한 하동군의 보도자료가 떠오른다. “2016년 단지조성이 완료되면 해양플랜트 산업 및 특수선박 건조 조선소, 조선 기자재 공장 유치를 통해 갈사만은 최첨단 고부가가치 조선산업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런데 갈사산단은 막대한 채무만을 남긴 채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2023년 9월 / 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