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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산’이라 부르지 못하는 수출용 가루녹차··· 문제 많다

스타벅스로 수출되는 가루녹차는 하동에서 생산되는 녹차잎으로만 만들지 않는다. 제주나 강진, 해남 등에서 생산되는 녹차잎과 섞는다. 그 중 하동 녹차잎의 비율은 25%를 밑돈다. 그러니 ‘하동산’이라 부를 수 없다. 무역업체인 ‘누보’를 통해 스타벅스로 납품되는 가루녹차는 ‘국내산’이라 표기된 채 수출되고 있다.
왜 타 지역의 녹차잎을 섞어야만 할까? 하동것으로만 만들 수는 없는 걸까? 8천 평에 직접차광 방식으로 녹차를 재배하여 연간 24톤 정도를 녹차연구소에 납품하고 있는 김동영(화개면 부춘마을) 씨는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녹차잎이 그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동영 씨(화개면 부춘마을)

처음부터 하동 100%는 안 되는 일이었다

2022년 기준, 하동의 녹차 농가는 1057개, 총면적 724ha의 농지에서 연간 1258톤의 녹차잎이 생산되고 있다.(자료출처 : 하동군청 홈페이지 ‘하동야생차’) 녹차연구소에서 만드는 가루녹차의 수율은 약 18%. 1톤의 녹차잎을 가공하면 180kg의 가루녹차가 나오는 셈이다. 해마다 스타벅스에 100톤 가량의 가루녹차를 수출한다고 했으니 필요한 녹차잎은 약 550톤. 이는 총 생산량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녹차와 홍차를 만드는 데에 대부분의 녹차잎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하동산 100%로 가루녹차 100톤을 만들어내는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하동산이라고 표기하는 일은 불가능하더라도 하동 녹차잎의 비율을 높일 수는 있을 것이다. 수출용 가루녹차에 적합한 녹차잎의 생산에 농가들이 적극 참여하면 된다. 그러나 김동영 씨는 ‘차광재배의 어려움, 안정적이지 않은 단가, 생산설비의 부족’을 지적하며 농가들이 적극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까다로운 차광재배, 유기농 친환경인증서 매년 갱신

스타벅스에 수출되는 가루녹차는 색도 기준이 엄격하다. G값(Green값)이라고도 불리는 이 값을 맞추기 위해서는 녹차에 차광막을 씌워야 한다. 또한 유기농 친환경인증서를 받아야 하고 이를 1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김동영 씨는 녹차 농가들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가루녹차 원료 생산에 동참하게 하려면 납품 단가가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들쑥날쑥한 단가, ‘이거 씌우면 뭐하노’ 곳곳에서 탄식

수출용 가루녹차 잎을 생산하고 있는 농가는 30~35가구, 전체 녹차 생산 농가의 약 3%에 불과하다. 들쑥날쑥한 납품 단가도 저조한 참여율에 한몫한다. 가루녹차용 잎의 단가는 색도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김동영 씨는 “22년도에는 4단계로 해서 최소 2000원에서 최대 4500원까지 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색도를 19단계로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단가도 1200원부터 4900원까지 폭이 넓어졌다. 최저로 받은 사람이 1400원을 받기도 했다. 일반 차광도 1100원 하는데 사람 써서 인건비 들여 1400원 받았다고 하면 누가 하겠냐”고 말했다. 녹차 농가들의 입에서 “이거(차광막) 씌우면 뭐하노!”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김동영 씨가 재배하고 있는 차밭. 녹차잎이 어느 정도 나오면 차광막을 15일에서 20일 정도 씌운 후 채엽한다.

턱없이 부족한 생산 설비, 녹차잎은 대기 중

“지금 녹차 가공공장에서 1시간에 300kg 가공을 하거든요. 24시간 돌려봤자 6톤, 7톤밖에 안 돼. 저 같은 경우 한번 베면 5톤 정도 납품하거든요. 그러면 다른 농가가 납품을 못 해요. 한번 베고 나서 그 다음에 벨 적에 45~50일 정도 사이에 베야 돼요. 근데 자기네들(가공공장)이 안 되니까 전체 딜레이(지연)를 시켜서 54일 만에 됐어요. 녹차가 하루하루 틀려지는데 일주일만 딜레이 되어도 색도도 무게도 안 나가니까 단가도 안 나오는 거지. 이게 참 문제라”
김동영 씨는 화개농협이 몇 년 전 구매한 농협경제사업부 부지 옆의 땅에 공장을 신축·증설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3년 전 만지로 이전한 녹차가공공장이 화개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도 했다.

뜬금없이 만지로 이전해버린 가공공장, 오고가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려

원래 녹차 가공공장은 화개 영당마을에 있었다. 그런데 3년 전에 만지로 옮겼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화개에서 30여 농가가 녹차잎을 싣고 만지를 왔다 갔다 하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일손 하나가 아쉬운데 인력손실, 시간손실, 이중으로 손해 막급이다. 김동영 씨는 녹차 가공공장이 화개로 돌아와야 하며, 그때 증설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거듭 피력했다.
지난 7월 21일에 가루녹차 수출 선적식을 하며, 하승철 군수는 “하동녹차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하동군 행정이 하동의 이름을 달지도 못하는 가루녹차를 수출해 놓고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사이, 녹차 농가들의 한숨은 깊어가고 있다.

2023년 9월 / 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