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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사방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번에 새로 시행하려고 하는 떼방골 상류의 모습이다. 계곡의 바닥이 대부분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토석 유출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경남도 산림환경연구원(이하 산림연구원)이 금오산 자락(금남면 덕천리 1457 일대)에 추진하는 사방사업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이 사업의 시행 근거는「사방사업법」이다. 사방사업은 ‘황폐지를 복구하거나 산지의 붕괴, 토석·나무 등의 유출 또는 모래의 날림 등을 방지 또는 예방하기 위하여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사업 (제2조)’이다. 이 사업을 하려면 대상지가 황폐하여 산사태가 우려되거나 토석의 유출이 명백하게 예상되어야 한다.

“사업을 하고 나서 오히려 물이 더 빨라진기라”

2020년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계곡 주변 산림에 산사태가 날 것으로 보이는 곳은 없다. 또한 하천 바닥에도 물웅덩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고 대부분 큰 바위인 것으로 보아 토석의 유출이 예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료: 2019년 카카오 위성사진
하지만 사방사업 이후의 사진을 살펴보면 하천이 직선화 되어 비가 내리면 물이 곧장 쏟아져 내리는 구조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업 시행 전 항공사진에서 보이는 물웅덩이는 계곡의 물이 불어날 때, 하류로 흐르는 물의 속도를 줄여주는 브레이크 같은 역할을 한다. 사업 시행으로 오히려 물의 흐름이 빨라져 토석의 유출이 늘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이 일대를 잘 아는 주민의 증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을 하고 나서 오히려 물이 더 빨라진기라.”(A씨, 덕천리 주민)

“바닥이 바위인데 뭐가 유출된다는 기라?”

산림연구원에서 사업 시행을 계획하고 있는 덕천리 계곡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다음 두 장의 사진은 사업 대상지역이다. 계곡 바닥이 바위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토석이 쏟아질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계곡 옆 산림에서도 산사태가 났었다거나 예상되는 곳은 확인하지 못했다. 사업이 결정되면 많은 중장비가 동원되어 바위를 깨고, 물웅덩이를 없애고 구불구불 흐르는 계곡을 직선으로 만들 것이다.
사방사업이 시행 중인 덕천리 떼방골의 항공사진 모습이다. 계곡이 반듯하게 되었고, 바닥의 암반과 바위는 사라졌다. 공사를 위해 주변의 숲도 훼손된 모습이 보인다.
사방사업 시행 이후, 2023년 7월 현재의 떼방골이다. 큰 암반과 바위는 사라지고 계곡 가장자리에 축대가 들어섰다. 직선화된 계곡은 많은 비가 오면 물이 더 빠른 속도로 흐른다.
하지만 1) 계곡 바닥이 대부분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2) 사업대상지에서 산사태 등이 확인 또는 예상되지 않는 것,
3) 산림연구원이 현장 조사에서 유출되었다고 본 바위가 5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계곡과 산림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축대가 무너져 굴러온 바위라는 것,
4) 이미 시공된 토석류 유출 방지시설에 토석이 쌓이지 않은 것
으로 보아 많은 비가 내려도 상류에서 토석이 유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많은 비가 쏟아진 이번 장마 기간에도 해당 계곡에는 토석류가 흘러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어 새롭게 사방사업을 할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미 시공된 사방사업지 안에 토석류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계곡 초입의 저수지를 보강하고 준설하는 일만으로도 사방사업으로 달성하려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숲과 계곡을 파헤치지 않고도 주민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급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일에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자연마저 훼손하는 이번 사업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2023년 9월 / 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