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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못 깎는 제 머리를 깎는 이발사

횡천장터에 가면 이발료가 300원일 때부터 60년이 넘는 세월을 다른 이들의 머리를 다듬으며 살아온 김쌍원 씨(73세)가 있다. 100년이 넘은 상호를 달고, 60년이 넘은 낡은 이발 의자에, 그보다 오랜 이웃들을 앉히고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은 무척 보기 편안했다.
횡천 시대이용원 김쌍원 씨가 오랜 지인의 면도를 하고 있다.
기자 : 안녕하세요. 아주 오래된 이발소인 것 같아 이런저런 얘기 좀 듣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여기서 이발소를 얼마나 하셨어요?
김쌍원 : 이 자리에 온 지가, 내가, 저기 (허가증이) 걸리가 있네. 77년 때 왔나.
기자 : 오래 되셨네요. 그럼 그때부터 이발을 시작하신 거예요?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김쌍원 : 내가 51년 생이라. 내가 지금 처음 한디가 여기는 아니지. 저 옆에 2층서 하다가 일루왔지. 국민학교 졸업하고 했으니까, 오래 됐지.
기자 : 와~! 초등학교 졸업하고부터요? 그러면 13살에 졸업하셨으면 근 60년을 하신 거네요. 학교는 여기 횡천에서 졸업하시고요? 올해 연세가 일흔셋이신데도 굉장히 젊어 보이시는데.
김쌍원 : (정색을 하며) 내가? 뭘 내가 그렇게 먹어?
기자 : 51년생이라고 그러셨으니까 올해 일흔셋 이시잖아요. 우리 나이로.
김쌍원 : 맞는데, 51년생은 맞는데, 이제 내가 한 60이나...나이는 그런가 몰라도 마음은 인자 한 60이라. 이제 마음은, 하하.
기자 : 여기가 자리는 좋잖아요? 옛날에 사람 많을 때는 굉장히 장사가 잘 됐을 것 같은데, 돈은 좀 버셨어요?
김쌍원 : 하모. 여기가 완전히 노른자지. 그래도 (돈이라는) 그게 자기 복이라는 게 다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복이라는 그릇이 있어 갖고, 많이 벌고 싶다고 많이 벌리는 게 아니고, 다 모이고 하는 게 아니라. 또 운동 좋아하고 쓰는 거 좋아하고, 안 모이는 기라.
기자 : 그래도 이거 하셔서 자제분도 다 키우시고 생활도 하고 그러셨잖아요?
김쌍원 : 아들이야 지가 크지, 먹여만 주면 지가 크지. 딸 하나 아들 하나. 우리 땐 딱 가족 계획하라고 막 이래 갖고, 예비군 훈련도 빼주고 그랬구마. 하하. 70년대.
기자 : 어디 외지에는 안 나가셨었어요? 한 번도.
김쌍원 : 왜, 부산에서 살다가, 서울서 살다가, 경북에서도 가서 살다가, 젊을 때 돌아대니다가. 사실은 내가 이제 고향에 온 게, 싸움을 해가 사람 두들겨 패갖고 도망나왔어요. 고향으로 돌아와서, 그게 팔자라는 게 있어.
기자 : 젊어서는 성격이 괄괄하셨던 모양이네요.
김쌍원 : 괄괄한 게 아니고 못 됐지. 못 됐어. 아주 성격이 못 됐어요. 한마디로.
기자 : 하하. 뭐가 그렇게 못 되셨는데요? 화가나면 못 참고 그러셨어요?
김쌍원 : 응. 지고는 못 사니까, 꼭 복수를 어떻게 하고, 지고는 잠을 못 잤지. 억울하고 분이나서. 팔팔했지. 젊어서는 내가 현대건설 잠수부까지 했어. 주네끼를 알랑가 모르겠다마는. 잠수하는데 위에서 윈치 감아주는 사람이 주네끼라. 밑에서 조정한 대로, 잠수부가 조정하는 대로 1시 방향, 2시 방향 이렇게 하면은 그 배를 거기 바닥에 배를 움직여 주는 그게 주네끼라. 거서 두 달 만에 내가 잠수를 탔어요. 60m아래까지. 거긴 아무것도 안 보여. 모르는 사람은 그 말이 뭔지도 모르겠지마는 잠수해 본 사람은 두 달 만에 잠수했다 하면 아무도 안 믿어. 부산 신부두. 거기 공사할 때 그 일을 했지.
기자 : 이발 오래 하시면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고 재밌는 일도 많이 있으셨을 거 아니에요. 손님 중에는 어떤 분이 제일 기억에 남으세요?
김쌍원 : 기억에 남는 사람? 아, 안 죽고 지금까지 오는 사람이 기억이 남지. 하하.
기자 : 이발을 오래 하셨으니 사람들 두상을 보면 뭐가 어울리나 딱 아시죠?
김쌍원 : 하모. 이제는 내 얼굴에 맞춰서 깎는가 못 깎는가를, 마음에 드는가 안 드는가를 알지. 지금은 내 얼굴에 이것이 맞다 안 맞다는 알아보지.
기자 : 그럼 제 머리는 지금 맞는 것 같아요?
김쌍원 : 안 맞지. 안 맞아요.
기자 : 하하. 그래요? 그럼 어떻게, 어떻게 해야 돼요?
김쌍원 : 그걸 설명을 할 수가 없지, 설명을. 다른 거는, 앞으로 세상이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해도 머리 깎는 것은 만들 수가 없어. 다 다르기 때문에, 얼굴 모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기자 : 제일 시절이 좋았던 때는 언제예요?
김쌍원 : 지금도 장사 잘 돼. 제일 사람 많고 장사 잘 되고 할 때는 한 70년대 정도 돼요. 옛날에 비하면 지금이야 그렇지. 사람이 진짜 많았지, 옛날엔. 사람이 많았고. 요즘은 다 미용실로 가고 이발소로 머리 깎으러 오는 사람이 없고. 옛날엔 명절, 설 명절, 추석 명절 되면 날밤을 다 샜는데, 애들도 많고. 여 초등학교도 이제 뭐 다 줄어서, 지금 뭐 한 20명 되나?
기자 : 옛날에는 몇 명이나 됐어요? 지금은 애들이 없어서 학교 통폐합한다고 얘기들이 많아요.
김쌍원 : 한 100명 되지, 이젠 곧 뭐 없어질끼라. 지금 뭐, 자꾸 합해야지. 행정구역도 아매통합하지 싶으던데, 청암 인구조사하고 그러든데. 그럼 아매 횡천이랑 합치지 싶어. 그래도 뭐 시설은 자꾸 더 강화되고 더 좋구로 자꾸 되고 그러지. 아, 행정은 왜 자꾸 거꾸로, 반대로 하는지 모르것어. 자꾸 시설만 넣고, 학생은 없는데, 뜯었다 고쳤다 맨날 그 지랄하고 있어. 그래, 그 허경영이가 허는 말이 그 말이라. 그 쓸데없는 돈 다 줄여서 온 국민들한테 싹 100만 원씩 주고도 남는다 안 하능가베.
기자 : 사장님은 이발을 어디서 하세요. 직접 깎지는 않으실 것 아니에요?
김쌍원 : 아, 이발소에서 하지, 어디서 이발해. 지금 여기 내가 이발소인데. 왜 직접 안 깎아? 내 손으로 깎지.
기자 : 진짜로 직접 깎으세요? 중도 제 머리는 못 깎는다는데?
김쌍원 : 아, 뭐 진짜로 깎지 거짓말로 깎는 사람이 어디가 있네. 남의 머린 깎는데 내 머린 못 깎아? 나는 중이 아니잖아. 하하
기자 : 이발소는 매일 나오세요? 몇 시까지나 장사하세요?
김쌍원 : 밤에는 닫지. 하하. 밤엔 안 좋다고. 저기 (영업시간표) 있네. 이제 우리 노는 날이, 한 달에 세 번. 요샌 장날도 장사가 돼야 말이지, 옛날에 비해서는 안 돼. 옛날에는 촌에서 머리 감고 옷 갈아입으면 넘한테 자랑할끼가? 그랬는데, 하하하. 다른 거는 하야면 깨끗해 보이는데 느낌이, 머리카락 빠진 거 보면은 하얀 건 더러운 느낌이거든, 이상하지? 다른 건 하얀 게 깨끗하니 느낌이 있는데 머리카락 만큼은 하 얀 게...그래도 우리는 지금도 하얗게 눈이 오면 꽤 즐겁대. 아직 아(이)들 맘인가 봐. 하하.

2023년 9월 / 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