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동군민의 61%가 농민
- 농가의 81%가 영세소농이고 월 농업소득 80만 원 이하
농민이 살아야 하동이 산다
농민들은 “농사지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고된 농사가 힘들다는 말도 되지만 소득이 형편없다는 말이다. “빌어먹을 농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어쩔 수 없이 짓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농민들의 이러한 생각과 달리 지자체의 농업정책들은 현실에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정책을 만들 때 기본근거가 되는 통계와 개념조차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2008년∼2013년에 실시한 ‘천부농·만부촌 그린하동 육성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조수익이 1억 원 이상인 1천 가구와 4500만 원 이상인 1만 가구를 육성하여 부촌을 만들겠다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23년 현재에도 ‘맞춤형 영농규모화 기반조성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동군은 2013년 말에 평균 조수익이 4200만 원을 달성했다고 했다. 하동군 농가가 10년 전부터 4200만 원을 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허깨비다.
‘조수익[粗收益]’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조수익은 농가에서 1년간 농사지어 얻은 농산물과 부산물 전체를 합친 가격이다. 비룟값, 기름값, 인건비 등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비용을 뺀 순수익이 아니다. 게다가 팔지 않고 집에서 쓰는 농산물과 부산물도 포함되는 개념이다. 그러다보니 농민들이 손에 잡은 수익은 몇 푼 안 되는데 마치 억대 부농, 몇천만 원 수익을 올리는 농민으로 착각하게 만들 뿐이다.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이 있어야 올바른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통계자료는 현실을 숫자로 보여주는 기본정보이므로 군민 모두가 잘 알아야 발전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몇 가지 통계로 농민들의 현실을 공유하자.
자료 출처 : 농업기술센터(경작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 농가 기준)
군민의 61%가 농민, 농사짓기 좋은 고장으로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
2023년 6월 기준 하동인구는 42,638명이다. 그 중 농민은 약 61% (2020년, 농지원부 기준)인 10,919농가, 26,706명이다. 농가의 82%가 전업농이다. 농민이 압도적 다수다. 그러므로 농민이 잘 살아야 지역소멸을 넘어서 활력이 넘친다.
농가의 90%가 50대 이상, 고된 농사일을 덜어주는 정책 절실
농가 가구주의 90%가 50대 이상이고, 70대 이상이 무려 41.8%이다. 육체노동이 쉽지 않은 나이의 농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농사일을 덜어주는 정책은 농업정책을 넘어 복지정책이자 생존정책이다. ‘농기계 영농작업단’이나 ‘일손돕기 정책’은 바로 당장, 폭넓게 진행해야 농사가 가능하다. 또 노령인구가 절대 다수인 농민들은 밥을 해 먹는 일도 만만치 않다. 농번기엔 더욱 그렇다. 건강과 복지를 위해 ‘점심무상급식’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농가의 81%가 영세소농이고 농업소득이 월 80만원
농촌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에 2ha 미만 영농규모를 가진 하동군 농가의 농업소득은 연 1000만 원 내외, 월 80만 원 수준이다. 농업외 소득과 농가의 모든 가족 소득까지 합해야 연 4200만 원 미만이다. 가족 중 농업 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익이 높거나, 겸업으로 농업소득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려야 그나마 생활을 꾸려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동군 영농규모 별 농가 분류, 2022년 기본 직불금 지급대상 분류
자료 출처 : 농촌경제연구원
2022년 경남도에서 실시한 ‘경남사회조사’에 따르면 하동군 농가의 소득은 훨씬 심각하다. 하동군 농가 640가구를 표본으로 하여 조사하였는데, 하동 농가의 66.4%가 월 200만 원 이하의 농가소득을 얻고 있다. 그 소득 중 가족 모두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54.5%이고, 정부보조금이 29%를 차지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금과 겸업으로 번 돈, 가족이 올린 소득을 모두 합해도 최저임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자료 출처 : 2022년 경상남도 사회조사, 하동군 640가구 표본조사
몇 가지 기본적인 통계만 살펴봐도 하동 농민의 현실이 얼마나 절박한지 알 수 있다. 영세 소농들의 삶은 생존권 보장조차 안 되고 있다. 안쓰고 버티는 삶이다. 그나마 직접 농사를 지으니 굶지 않고, 집이 있으니 거주 걱정이 없을 뿐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엔 역부족이다.
이 상태라면 농사짓기를 포기할 것이고, 행복지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소멸을 피할 수 없다. 농민을 풍요롭게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농업정책은 복지정책, 생존정책, 소멸위기 극복정책이란 인식을 가지고 여러 방면에서 절실하고 시급하게 정책을 펼쳐야만 하동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