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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살림

살림

밥숟갈 놓고 배 부르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 마루에서 뒹굴다가 눈에 띄는 책 한 권 집어 들고 깜빡 잠 들었다
일어나 둘러보니 누군가 집을 엉망으로 어질러 놨다
남편이 벗어던진 걱정 둘째가 뭉쳐 놓은 피로 막내가 박아 넣은 불안 이 여기저기 굴러 다닌다 내가 구겨버린 무료는 설거지 통에 퉁퉁 불어있다
다리에 힘 주고 일어나 숨죽인 것들 일으켜 세우니 살림이다
아무리 달래도 일어날 줄 모르던 게으름이 기지개를 켜니 살림이다
살려 놓았으니 이제 잘 살아보자
마루가 반들반들하다
최난주
악양 매계마을 주민 그동안 바깥으로 향하던 에너지를 안으로 거둬 집안 일과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음

2021년 11월 / 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