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밥숟갈 놓고
배 부르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
마루에서 뒹굴다가
눈에 띄는 책 한 권 집어 들고
깜빡 잠 들었다
일어나 둘러보니
누군가 집을 엉망으로
어질러 놨다
남편이 벗어던진 걱정
둘째가 뭉쳐 놓은 피로
막내가 박아 넣은 불안
이 여기저기 굴러 다닌다
내가 구겨버린 무료는
설거지 통에 퉁퉁 불어있다
다리에 힘 주고 일어나
숨죽인 것들 일으켜 세우니
살림이다
아무리 달래도 일어날 줄
모르던 게으름이 기지개를 켜니
살림이다
살려 놓았으니
이제 잘 살아보자
마루가 반들반들하다
최난주
악양 매계마을 주민
그동안 바깥으로 향하던 에너지를 안으로 거둬 집안 일과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