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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승용차가 없는 사람에게 두 다리와 같다

승용차가 없는 사람은 버스가 없다면 꼼짝하기가 힘들다. 고립되고 만다. 노년층에게 버스는 절대적인 교통수단이다. 전국적으로 70대 이상 노년층의 버스 이용율은 61%이다. 하동도 장이 서는 날이면, 장도 보고 병원도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2018년)에 따르면 농촌인구의 56%만이 승용차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대중교통의 핵심인 하동의 버스는 2021년 10월 현재 3종류의 버스가 하동버스터미널을 거친다. 서울, 부산, 진주, 구례로 운행하는 시외버스와 하동군 관내를 운행하는 농어촌버스, 그리고 인접한 광양시에서 들어오는 농어촌버스가 있다. 이 3종류 중에서 시외버스는 경남도에서, 농어촌버스는 하동군에서 관리감독을 한다. 하동 군민에게 가장 중요한 버스는 하동군 농어촌버스이다.
하동군의 농어촌버스는 민간기업인 ‘영화여객’이 10대의 버스로 42개 노선을 하루 49차례 운행한다. 각 면에 들어가는 버스 운행회수는 3회에서 15회까지 차이가 난다. 버스 요금은 1,250원으로 동일하다.
농촌의 인구감소로 농어촌버스는 만성적인 운영적자다. 민간기업은 적자를 이유로 노선을 없애거나 운행횟수를 줄이고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하동군은 노선의 허가권과 운영적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통해 운영을 안정시키며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지켜나간다.
하동읍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

버스 운영 적자 군민의 세금으로 메꿔

2020년 영화여객의 농어촌버스 운행 적자는 약 14억 4천만원이다. 그 중 11억 3천만 원을 하동군청에서 보조해 주었다. 적자의 78.3%에 달한다. 결국 군민의 세금으로 농어촌버스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군민의 세금으로 버스가 운영되는 만큼 버스 운행에서 군민의 요청사항을 적극 반영하고, 서비스가 향상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군민들은 버스 이용의 불편한 점을 여러 가지로 꼽고 있다. 가장 불편한 것은 운행횟수가 적다는 점이다. 또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기 힘들고, 정류장에서 목적지까지 멀다는 것도 큰 불편사항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행횟수를 늘리고, 버스 노선을 확대하면 운영 적자가 불어나 보조금 지급을 지금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 예산을 확대해서 노선과 운행횟수를 늘려도 교통사각지대를 다 없애지 못한다.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인 ‘농촌형교통모델’ 적극 확대해야

정부는 농촌의 대중교통 문제가 심각함을 인지하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촌형교통모델’ 사업을 2014년에 시범사업으로 시작하여 2018년에 전국으로 확대 실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수요응답형’ 서비스로 교통약자들이 요청하면 버스와 택시를 요청에 맞게 운영하고, 운영비의 50%를 국비로 지원해준다. 택시는 전국적으로 확대된 ‘100원 택시’가 대표적이다. 경남에서는 ‘브라보 행복택시’로 운영하며, 하동군은 55개 마을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택시는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이동거리가 먼 마을의 교통약자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 확대 운영이 필요하다.
버스는 여러 지자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로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를 실행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에선 ‘행복 콜버스’를 5개 면에 10대 버스로 운영한다. 이 버스는 1시간 전에 예약을 하면 버스정류장으로 버스를 보내준다. 농어촌버스의 낮은 운행횟수를 극복하는 사례다. 전남 신안군은 ‘1004 버스’ 10대를 운행하는데 운행노선, 시간, 횟수 등을 미리 정하지 않고 군민의 요청에 따라 운영된다. 새벽이나 심야시간에도 운행하며, 공영버스가 다니지 않는 사각지대까지 군민의 이동권을 보장한다. 강원도 양구군은 ‘행복 마을버스’가 마을에서 버스정류장이나 면소재지까지 이동해준다. 이용료도 100원이다.
하동군의 ‘농촌형교통모델’은 국비 50% 지원을 받아 2019년 8월 21일부터 운행한 ‘복지행복버스’다. 버스 3대가 각 읍면에서 하동종합복지관, 국민체육센터, 치매안심센터를 왕복했지만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다.

교통사각지대 없애는 ‘마을 순환버스’ 개통과 저상버스 도입 서둘러야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교통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선 수요응답형 ‘농촌형교통모델’ 같은 방법을 찾아 확대해야 한다. 택시를 부르자니 1만 원이 넘는 비용이 부담되고, 버스 정류장까지 걷자니 힘들어 이동을 포기하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
대중교통을 관리하는 하동군청 건설교통과 담당 주무관인 정해성계장은 교통약자를 위한 정책에 대해 “코로나 19로 인해 행복복지버스가 중단되고, 농어촌버스 운행도 줄어들어 큰 걱정이다.” “다른 시군의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하여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대중교통의 활성화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 정책의 답은 가까이에 있다. 수요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 그들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마을순환버스’다. 마을버스가 마을과 마을, 마을과 정류장이나 면소재지를 이어준다면 대중교통 사각지대는 크게 줄어준다. 각 읍면에 1대 씩만 운영해도 농어촌버스와 함께 군민의 이동권은 확대 될 것이다. 더불어 ‘저상버스’가 도입된다면 대중교통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저상버스’는 타고 내리는 계단이 없는 버스다. 버스 계단은 아동과 노년층, 장애인에겐 힘들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노년층이 다수인 하동에 저상버스가 도입되면 이용객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 두 가지만 실현돼도 삶은 윤택해질 것이다.

2021년 11월 / 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