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꽃가꾸기 사업에 함께 참여하고 잠시 쉬고 있는 주성마을 주민들
1일에 5일장인 배다리장이 서고 포구에 배가 붐비던 고전면
올해 고전면 주성마을 이장으로 선출된 강택환(69) 씨는 사람이 북적거렸던 고전면의 옛모습을 그리워하며 그때의 영광을 되돌리고 싶어한다. “예전에는 여기가 하동의 읍이었죠. 하동 최대의 5일장인 배드리(배다리)장이 설 때는 주변 마을에서 모두 모여들었고 나루터가 있어 아주 번성했다고 들었어요.” 강 씨는 남들과 같이 젊은 시절 대처에 나가 공부하고 사업도 하였다. 그러나 3대째 주성마을을 지키며 사시던 부모님이 연로해지시고 돌봄이 필요한 연세가 되자, 그는 아버지가 그러했듯 아버지 집에 돌아와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다. 이후 2006년부터 아버지 집에 정착하여 ‘점점 소멸해 가는 고향의 모습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름 많이 고심하였다.
이미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주성마을의 ‘고하 버거’와 ‘카페 고하’,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스테이 고하Re’를 창업하는데도 강씨는 뒤에서 보이지 않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타지에서 들어온 젊은이들에게 일정 기간 무상으로 집을 임대해 줘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도왔고, 사업이 번창하도록 만나는 사람마다 ‘버거가 맛있다, 버거 먹으러 오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며 홍보대사를 역할을 자처하였다.
주성마을의 상징 ‘하동읍성’의 복원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주성 마을의 자랑거리이며 상징인 하동읍성은 조선 태종17년(1417)에 축성됐으며 숙종30년(1704)년 폐성됐다. 1999년 8월 경남도 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된 뒤 2004년 국가지정문화재(사적 453호)로 승격됐다. 하동군은 지난 2007년 11월 22일 “오는 2015년까지 총 232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하동군 고하리 일대 하동읍성을 복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길이 1,400m의 성곽을 잇는 하동읍성 복원 사업을 위해 하동군은 2008년부터 부지매입과 발굴조사, 성곽복원, 객사복원, 주변정비, 유물전시관 건립을 준비하고 조감도를 발표하였다. 하동읍성에는 포크레인이 움직이고 있지만 복원사업이 얼마만큼 진척되고 있는지 주민들은 궁금하다.
하동읍성 입구에 있는 팻말: 방문에 대한 감사인사와 녹차 화분 하나씩 가져가라는 설명이 써있다.
이장 강씨는 진행 중인 하동읍성 둘레길 데크공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읍성개발과 공원조성은 목적에 맞게 유지 관리되어야 합니다. 유지관리가 되지 않을 사업은 애초 시작하지 말아야죠. 막대한 혈세 낭비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읍성내 둘레길 조성사업은 둘레길에 이미 조성된 목재 데크 계단이 썩고 붕괴하여 철거하고 다시 시공하는 공사예요. 과연 일차 둘레길 데크를 밟아본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극소수의 인원만이 이용하다가 세월과 부실시공으로 망실된 경우죠. 기존에 조성된 시설의 유지 보수가 우선되어야 하고 새로운 사업은 주민과 충분히 소통한 후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을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화분 증정
이장 강 씨는 하동읍성의 활성화를 위해 방문하는이들에게 ‘캣닢(개박하)’과 ‘촛불맨드라미’를 주었고 지금은 녹차 화 분을 증정한다. 그는 아침마 다 읍성에 올라 얼마나 많은 이가 방문했는지 화분을 세어보 고 화분에 물을 준다. 읍성 주위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과꽃, 백일 홍, 금화규 등 꽃을 심고 성벽 아래 우물터에는 마을 최순녀 할머니(93)가 만드시는 따발이(똬리)와 물동이, 한복 등을 준비해 포토존을 계획하고 있다. 주민들의 복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마을 특산품 가판대도 회관 옆에 준비하고 있다.
목화꽃다발과 ‘먹는 콜라겐’ 금화규로 장식된 성평지구
마을 성평지구 넓은 대지에는 목화 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고 가장자리에는 촛불맨드라미와 금화규가 띠를 두르고 있다. 마을을 아름다운 꽃동산으로 가꾸기 위해 강씨는 직접 목화씨를 싹틔워 동네 주민과 함께 심었다. 이장의 아내 제경미씨는 “목화솜이 하얗게 덮인 목화 줄기로 꽃다발을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하니 너무 좋아하더라”면서 “이제 솜으로 쓰일 일은 없지만 특별한 선물 꽃다발이 될 거”라며 목화꽃을 자랑한다. ‘먹는 콜라겐’으로 알려진 금화규는 꽃잎을 6개월 술에 담가 놓으면 천연화장수가 된다고 한다. 꽃잎을 얼굴에 붙이기도 하고 꽃잎을 말려 차로도 마시고 화장수로 변신할 금화규를 자랑하는 제경미씨의 얼굴이 금화규꽃처럼 밝다. 사업가에서 이장으로 변신한 남편이 사업하듯 마을의 작은 일과 금전 관리를 투명하게 매번 동네 단체 카톡에 밝히지만 “꼭 환영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근심 어린 말꼬리를 남긴다. 장부가 있는지 없는지 별 관심도 없고,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던 시골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는 데는 얼마간의 진통이 필요한 듯하다.
주성마을 이장부부 강택환 씨(왼쪽)와 제경미 씨(오른쪽)
마음과 몸이 있는 고향, 주성마을의 변신을 위해 이장 강택환 씨는 아침부터 꽃을 가꾸고 풀을 뽑으며 마치 가족을 돌보듯 마을을 둘러본다. 고희를 코앞에 두고 있는 강 씨는 이장직 외에도 문화관광해설사와 합창단의 멤버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삶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