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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하동은 괜찮을까?

기후변화,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익숙해진지 오래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유럽 곳곳에서 폭염으로 산불이 나고 폭우로 강이 범람했다. 빙하가 녹아 산사태로 이어지고, 빙하에서 방출된 메탄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는 뉴스를 계속해 듣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실종되었다는 뉴스나 관련한 다큐멘터리 또한 적지 않다. YTN 사이언스의 다큐프라임 “지구 위기, 꿀벌의 경고”에서는 꿀벌의 실종은 일차적으로 식량생산, 먹거리 생산의 문제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의 붕괴로 지구생태계 전체에 교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연구사례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기후위기 시대, 자연은 위기가 아닐지 모른다. 자연은 그저 기후변화에 순응할 뿐, 인간에게 위기인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먼 곳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일까?

하동에서도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하동에서 기후변화를 몸으로 느끼는 상황은 없는지 한 양봉 농가를 방문했다. 화개 목압마을에서 39년째 양봉을 하는 정병원 농부(77세)를 만나 기후변화를 실감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올해 290군(1군 = 1벌통 = 약 2만 마리)정도 벌을 키우는데 봄에 보니까 50% 정도 죽고, 140-150군 정도가 남았어요. 그동안 잘 관리를 해서 다시240~250군으로 복구가 되었지만, 올겨울을 또 지나 봐야 알겠지요. 어떤 변수가 올는지!”
“작년 겨울이 따뜻했어요. 겨울에 추워야 월동을 한다고 잠을 잘 잔단 말입니다. 그러면 체력소모가 안 되어 잘 큰단 말이지요. 그 벌이 3월에 애벌레를 낳아서 키워주고 자기 명을 다해야 그 벌이 온전하게 돼요. 그러지 못하고 죽으면 한 군이 안 되지요. 이렇게 겨울에 이상 고온으로 따뜻하면 벌들이 벌통 밖으로 나와버립니다. 나올 때는 나왔지만, 들어가는 문을 못 찾아요. 벌통 아래 소문을 열어두면 낮에 따뜻해서 나갑니다. 5도에는 안 나가지만, 9-10도 정도 되면 나갑니다. 그러다가 4~5도로 떨어지면 집으로 못 돌아오고 동사를 해버립니다. 그래서 남해, 하동, 거제, 남해안 이런 곳들이 피해를 많이 봤지요. 잘 몰랐는데 뉴스에도 나오고, 연락이 따로 오기도 하고 해서 기후변화에 대해 실감하고 대책을 세워야겠다 이야기를 하는 중이지요.”
채밀작업 중인 정병원 농부
그런 상황에 따라 농가의 수입이 얼마나 줄었는지, 꿀 채밀량은 실제 어떠한지 덧붙여 질문했다.
“2018년부터 4년 동안 아까시꿀을 제대로 수확하지 못했어요. 그전에는 8드럼(1드럼 = 약 290kg) 정도 수확했는데, 그 4년간은 매년 4드럼 정도밖에 채밀하지 못했어요. 합천, 안성 등지로 이동을 해서 아까시꿀을 뜨고, 이후 지리산자락에서 야생화꿀(잡화꿀), 밤꿀을 뜨고 합니다. 일 년 60군 정도를 채밀 군으로 봅니다. 올해 5년 만에 회복되어 8드럼 정도 떴어요.”
추가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대응이 있었는지도 질문했다.
“봄인가? 6월 즈음 한 달 정도 농촌진흥청, 식약처라든지 이런 곳 7~8개 부서에서 조사해 갔어요. 현재 남해안 벌을 보고, 어떤 병이 있고, 어떤 기생충이 있는지 검사를 했었지요. 그리고 지난 7월 27일 하동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했었고요. 하동 양봉인 100명 이상이 모여서 교육을 들었어요.”
일각에서는 개별 양봉 농가의 부저병, 진드기, 가시응애 등 병해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관리 부실 및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벌들이 실종되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 원인이 되는 각종 병해충이 늘어난 상황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찻잎의 냉해, 서리 피해가 늘고 있다

하동을 대표하는 특산품인 차의 경우는 어떠할까? 대를 이어 50년이 넘게 차 농사를 하는 L 씨에게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나 수확량 감소 등의 영향이 없는지 물었다.
“하동에서 차 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소규모 영농을 하다 보니, 수치상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었는지는 크게 모르겠어요. 다만, 과거보다 냉해나 서리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어요. 봄에 갑자기 서리가 오면 새순들이 까매져서 그 시기에 난 새 잎은 채엽을 할 수가 없어요. 올해도 5월에 그런 경우가 있었고요. 아무래도 수확량이 줄지 않겠어요?”
냉해서리피해로 그 시기에는 채엽할 수 없는 차밭
기후 변화에 따른 지역 농산품의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상기후로 인해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겪게 되는 피해도 크지만, 온대성에서 아열대성 기후로의 변화, 온도 상승으로 인해 현재의 농작물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하동에서는 이미 아열대성 기후에서 재배하는 백향과, 망고, 바나나, 여주 등이 개별농가 차원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선 8기 군정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아열대 소득작목 재배육성을 추진하겠다는 공약까지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하동이 강점을 가진 특산품의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지자체 차원의 대응전략을 추가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화개 양봉농가, 정병원 농부는 이렇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벌들에게는 겨울이 너무 따뜻해도 안 좋고, 차라리 추운 게 나아요. 추우면 동그라미를 그려 집단으로 뭉쳐요. 속에는 어린 벌을 가장 안쪽 가운데에 자리 잡고, 나이 많은 벌이 가에를 둘러싸고요. 그래야 어린 벌이 살아남아서 개체수를 이어나가죠. 벌들의 세계는 그렇게 장래를 생각하는데 우리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나이 많은 사람이 최고고...”

2022년 9월 / 1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