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성 일대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말라 죽은 모습이다. 마치 가을에 단풍이 든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부터 악양면에 소나무 재선충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올해 그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외둔마을에서 매계마을까지의 해발 300~550m 일대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가장 피해가 심한 상신마을 꽃메골은 소나무, 낙엽송이 거의 다 죽었다. 전문가들은 재선충병 확산 현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부산대학교 홍석환 교수는 “소나무가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럽게 숲이 바뀌는 과정”으로 하동송림 등 “보호 가치가 높은 소나무의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정기 조경전문가 역시 “재선충 방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은 철저히 방제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일본은 1972년 재선충병을 처음 확인하고, 1977년 재선충 특별법을 만들며 100% 막겠다고 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1997년 특별법을 폐지하고, 문화재 등 중요 소나무만 방제하기로 했다. 임업선진국 일본에서도 재선충 방제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최근 산림청은 재선충 방제 방법을 바꾸었는데 기존의 ‘훈증처리’가 아닌 재선충이 나타난 곳의 소나무를 ‘모두 베어 태우기’이다. 결국 훈증처리가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인데, 훈증처리의 실패가 무엇 때문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효과가 확인되지도 않은 모두 베어 태우기에 또 다시 많은 예산을 들여 임업 관련 이해관계자의 ‘돈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동군은 산림청 방침에 따라 악양면 일대 재선충 발생지역에 모두 베어 태우는 방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도 해본 적 없는 방법이 효과를 볼지 의문이다. 모두 베기를 하기 위해 임도를 내야 하는데, 산을 벌거숭이로 만들고 산사태 위험만 높이는 것은 아닌지, 새로운 접근방법을 신중하게 고민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