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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한국의 쓰나미

지난 7월 수해로 큰 피해를 입은 옥종 딸기하우스 농장의 허선옥 씨가 수해복구를 도와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정성껏 손글씨로 써서 보내왔다. <편집자 주>
어느 날 비가 장대같이 쏟아졌습니다. 우린 하우스가 강 옆에 있습니다. 강물만 바라보았습니다. 물이 얼마나 찼을까? 그때 시간은 2시 정도, 거의 하천에 80프로 물이 있을 때 하우스로 물이 들어 왔어요. 배고파 뭘 좀 먹자 하는 순간이었어요. 약 2~3분, 하우스 안으로 물이 차기 시작했어요.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야? 제가 중얼거리는 말은 “어떡해! 어떡해!”하는 말이었어요. 컴퓨터 하나 들고 있었지만 그땐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방에서 곡식들이 떠밀려 나오고 신발이 둥둥, 하우스를 물이 천정까지 메우더니 앞집 모종밭으로 물살이 밀려 들어갔어요. 조금 높은 곳에선 이장님이 “빨리 나오라.”고 소리쳤어요. 그 말은 들리지 않고 떠나가는 살림살이만 바라볼 뿐. 물이 가슴까지 들어오니 ‘아, 이제 나가야 하는구나.’ 싶어졌어요. 나와서 보니 하우스 꼭대기까지 물이 차 있었고 들판이 바다 처럼 보였어요. 아주 어렸을 때, 사라호 태풍을 본 다음, 두 번째 물난리인 것 같았어요.
옥종면 종화마을을 찾아주신 수해봉사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 립니다. 종화마을에 살고 있는 허선옥이라고 합니다. 저는 죽어도 잊지 못할 봉사자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진흙 때문에 딸기 한 동을 포기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봉사자분들께서 3주를 오셔서 10cm나 되는 흙을 말끔히 치워주셔서 딸기를 심었습니다. 저는요, ‘이런 분들이 과연 몇 분이나 계실까?’ 생각을 합니다. 한분 한분께 큰절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기어다니면서 흙을 자루에 집어넣고 한 자루가 되면 밖으로 보내고, 어느 누가 이런 고된 일을 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행운아인 것 같아요. 누구나 ‘봉사하시는 분은 봉사자일 뿐이다.’ 생각을 하시겠지만 입장을 바꾸어 보면 과연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있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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