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사만
수백 만 평에 이르는 하동 갈사만,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하동군과 주민들의 삶에 좋을 것인가? 갈사만산단 조성 사업은 약 20여 년 전인 2003년 10월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가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그 뒤 한참 지지부진하다가 2012년에 첫 삽을 떴지만, 조선업 경기 침체와 국제 금융위기로 좌초됐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개발과 연계한 ‘하동 미래 100년’ 성장 동력 구축 사업이었지만, 우선 하동군의 탁상행정으로 마땅한 사업자를 찾지 못해 장기 방치되었다.
그러다가 2024년 3월,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드림웍스인하동(주)이 산단 파산관재인과 사업시행자 지위 양도양수 계약 의향서(MOU)를 체결했는데, 7년 넘게 갈사만 산단사업 시행을 위해 준비했다고 한다. 회사 측은 빠른 시일 안에 글로벌 기업 투자 의향자들을 국내로 초청하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갈사만 산업단지를 스마트 그린 융복합 산업단지로 조성하고 LNG 벙커링 터미널과 저장소를 유치하겠다는 것! 이를 기반으로 LNG 용기 컨테이너 제조기업과 해상 풍력 특화단지, 태양광 증폭 산업군 특화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배후 시설과 대규모 물류단지를 유치하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현재 그 의향서(MOU) 체결이 실제로 준비 작업이 착실히 진행된 결과였는지, 아니면 4월 10일의 총선을 위한 선전용이었는지 불분명해진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사이에 LNG 터미널 사업 계획이 공식적으로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4월 10일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서천호 당선인은 <하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시급하기도 하고 오랜 숙원인 갈사만 산단 해결”을 하동군의 첫 현안으로 꼽았다. 서 당선자는 “첨단산업, 신소재, 우주항공 등의 관련 미래 산업과 대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규제(제약)를 해소하는 것” 을 중요하게 보았다.
또 “지역관광,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KTX 이음역 설치 및 지방도, 국도의 확장 포장”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서 당선자 역시 하동군이나 그간 사업 시행자들과 마찬가지로 갈사만을 ‘돈벌이’ 경제 관점에서 보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관점에서는 갈수록 전망이 어두워진다.
서 당선자는 4월 24일 하동군청에서 하승철 군수, 백종철 부군수 등 간부공무원, 김구연 도의원 등과 함께 정책간담회를 갖고 하승철 군수가 숙원 사업으로 제시한 ‘컴팩트 매력도시 하동 조성’, ‘하동군보건의료원 건립’ 등과 함께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개발 정상화’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해 “하동군정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할 것” 이라며 “하동군 현안 해결과 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회의원과 군수가 군 행정 발전 및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나는 여기서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하나는 기존의 ‘돈벌이’ 관점이 아닌, 주민들의 ‘살림살이’ 관점에서 갈사만 안건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면 좋겠다는 것. 2023년 내내 ‘하동주민 생활사연구회’에서 나는 여러 생태해설사 선생님들과 함께 갈사만 어르신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 결과가 <갈도를 기록하다: 갈사만 6개 마을 이야기>란 책자다. 서천호 당선자나 하승철 군수 등 고위 공직자들이 이 책을 여러 차례 읽고 우리 연구회와 몇 차례 열린 간담회를 거치면 ‘살림살이’ 관점에서 갈사만을 어떻게 다룰지 답을 얻을 것이라 본다.
둘째는, 갈사만의 미래에 대해 하동군민들, 특히 갈사만에 살고 계신 주민들의 솔직한 의견을 여러 차례 깊이 있게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갈사만의 미래 설계를 과감하게 하동군의 남녀 노소 주민들에게 내맡기는, ‘아래로부터의’ 접근방식을 취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위로부터의’ 접근방식에서는 도무지상상도 하기 어려운 참신한 방안들이 도출될 것이고, 이런 ‘아래로부터의’ 동력을 바탕으로 중앙 정부와 협상을 벌이면 보다 발전적인 미래 청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하동,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고려대 명예교수, 금남면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