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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지리산 이야기 (4) - 불일폭포와 불 마을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 깊숙한 곳에는 지리산 10경 중 하나인 불일폭포가 있다. 이 폭포는 높이가 60여 미터에 달하며 3단으로 떨어져 비가 온 후에 보면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불일폭포
이곳은 천년고찰 쌍계사에서 출발해 호젓한 산길을 따라 2.5킬로 정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데, 쌍계사 경내를 벗어나 오르다 보면 계곡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그리고 조금씩 차오르는 숨소리까지 서서히 숲과 하나가 된다. 마족대(임진왜란때 출병했던 명나라 장수 이여송의 말발굽이 찍힌 바위)과 환학대(고운 최치원이 학을 타고 날았다는 바위)를 지나 호흡이 거칠어질 때쯤이면 뻥 뚫린 하늘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불일평전’이다.
‘불일’은 보조국사 지눌 스님에게 고려 21대 왕인 희종이 내려준 시호에서 따온 것으로, 스님이 당시 수도했던 암자의 이름도 ‘불일암’ 이라 하였고, 그로 인해 이 주변으로 형성된 마을 이름도 ‘상불마을’과 ‘하불마을’로 나뉘어져 있었다고 한다. 상불마을은 지금의 남부능선 자락인 상불재 주변이며, 하불마을은 바로 불일평전 주변이다.
불일평전은 고 변규화 옹께서 1978년 10월부터 2007년 6월 타계하기 전까지 약 30여 년간 이곳을 지키며 한반도 모양의 작은 연못인 ‘반도지(半島地)’와 ‘소망탑(所望塔)’이라 부르는 돌탑을 수십 개 쌓으셨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곳이다.
이 불일평전에서는 80년대 야영장이 한창 문전성시를 이룰 때 경사스런 일이 있었다. 마침 아버지를 돕기 위해 내려와 있던 야영장 운영자의 아들 변성호 씨가 광주에서 놀러온 여대생과 눈이 맞아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또한 이곳은 도올 김용옥 선생이 3년여간 머물며 공부를 하기도 했고, 소설가 정비석은 이곳을 ‘봉명산방’이라 부르며 봉황이 노니는 곳으로 표현했다.
이곳을 지나 좁은 길을 따라 약 300여 미터만 더 가면 불일암이 있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드디어 불일폭포를 만나게 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엄청난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떨어지듯 쏟아지는 물 덩어리들은 중간 턱에 부딪히며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뭉쳐 더 큰 물줄기를 만들어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이 모습은 마치 한 마리 청학이 창공을 유유히 날아가는 모습이기에 옛 선인들은 어딘가 있을 청학동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하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리산 폭포 중 최고의 길이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불일폭포! 신이 내린 축복의 폭포!
어느 날 훌쩍 그곳으로 떠나보지 않으시렵니까?
악양, 지리산 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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