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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지리산 이야기(3) - 세석고원

“5월엔 세석고원에 가야지!”

새벽 바람을 가르고 백무동에 도착한다.
아! 신선한 바람과 우렁찬 계곡이 춤을 추고 북한의 국화이기도 한 산목련 사이로 전국 새들의 노래자랑이 열린 백무동은 중년의 청춘조차도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다. 한신계곡은 백무동에서 세석대피소까지 약 6.5km이며 초반에는 폭포와 계곡을 따라 오르다 물소리가 서서히 잠잠해지면 반대로 숨소리는 거칠어진다.
‘이봐! 친구, 고통 없는 환희는 없다네!’
턱 밑까지 숨이 차올라 걷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쯤, 탁! 트인 곳이 나오니 바로 천상의 화원 세석고원이다. 해발 1600m에 위치한 광할한 세석! 그곳을 5월에 오르면 누구라도 그 아름다움에 압도당한 채 무장해제를 당한다.
아득한 옛날엔 신라 화랑이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곳이었고, 동학농민들의 전장터였으며, 한때는 지리산의 큰 장터였고, ‘파르티잔’ 발음이 안 돼 ‘빨치산’이라 부른 왜놈들에게 쫒겨 산으로 숨어들었던 그분들의 치열했던 삶과 죽음이 교차했던 곳이다. 수십만 평의 광활한 대지에 핀 빨치산의 꽃!! 그 붉은 꽃으로 매년 이맘때면 철쭉 미인대회를 열었던 곳. 미수 이인로, 탁영 김일손, 남명 조식 등 수많은 당대의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청학동’이라 불렀던 곳. 바로 세석고원이다.
철쭉나무에 핀 꽃의 이름은 척촉화!(躑-머뭇거릴 척. 躅-머뭇거릴 촉) 이 이름은 신라 성덕왕시절 아름답기로 소문난 수로부인과 연관되어 있다. 미인을 보면 머뭇거리게 되고 붉은 산철쭉을 보면 가슴이 설레니 척촉(躑躅)이 아닐 수 없다. 지리산을 오르다 장맛비에 휩쓸려 생을 마감한 고정희 시인은 세석을 이렇게 노래했다.
“아름다워라. 세석고원 구릉에 파도치는 철쭉꽃. 선혈이 반짝이듯 흘러가는 분홍 강물 어지러워라... 역사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고요하게 엎드린 죽음의 산맥들을 온몸으로 밟으며 넘어가야 한다.”
지리산의 구불거리고 힘겨운 길을 따라 저 능선을 넘어가야 한다. 인간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단아하고 꼿꼿한 화려함에 때론 정신이 아득해지지만, 그러면 어떠랴. 이 봄, 세석에서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5월엔 세석고원에 갈 일이다.
악양, 지리산 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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