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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가 부족하다고?

산림청의 임도 통계 조작 실태

지난 11월 6일 경남도청에서 ‘산림청의 임도 통계 조작 실태’를 고발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산림청에서는 우리나라 임도 밀도는 3.97m/ha에 불과해, 임업 선진국인 오스트리아의 50.5m/ha, 일본의 23.5m/ha, 미국의 9.5m/ha보다 낮다며 “임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산림청이 근거로 든 오스트리아와 일본의 사례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와 일본, 미국에서는 임도는 물론 산림을 통과하는 국도와 지방도, 농로, 사유도로까지 포함하여 임도 밀도를 계산한다. 이에 반해 산림청은 산림 내 임도만으로 임도 밀도를 계산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가 일본과 오스트리아 등에 비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산림청이 제시한 일본의 임도 밀도 23.5m/ha는 ‘짜맞추기식 인용’이라는 지적이 있다. 산림청이 인용한 일본의 임도 밀도 23.5m/ha에 근거가 된 자료를 살펴보면, 23.5m/ha는 임도 밀도가 아니라 “산림 내 도로망의 밀도”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때 산림 내 도로망에는 국도, 지방도, 농로, 임도, 산림작업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일본에서 산림 내 개설된 모든 도로’를 기준으로 산출한 임도 밀도를 우리나라에서는 ‘산림청이 개설한 임도’만을 계산하여 단순 비교하였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임도 밀도인 50.5m/ha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오스트리아의 임도 밀도는 500ha가 넘는 대규모 산림을 소유한 산림 기업에서 설치한 도로의 밀도이다. 즉 오스트리아의 전체 임도 밀도가 아니라 특정 대규모 사유림의 도로밀도인 셈이다.
또한 오스트리아 임도밀도 50.5m/ha와 같이 혼용되고 있는 45.0m/ha라는 수치는 산림청이 인용한 해당 논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수치로 드러났다. 즉 산림청이 제시한 오스트리아의 임도 밀도는 과장되었을 뿐 아니라 조작되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2024년에도 2857억 원의 임도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데, 산림청에서는 산불진화 등의 목적으로 매년 500㎞씩, 2027년까지 3207㎞의 임도를 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8월 10일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국도 5호선 쌀재터널(마산)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여 도로가 통제되는 등 불편을 겪었는데, 원인을 조사한 결과 산림청이 급경사면에 조성한 임도가 무너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 3월 11일의 합천 산불 역시, 산불진화용으로 놓은 임도를 타고 산불이 번지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가 산불 확산의 통로가 되는가 하면, 산사태까지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에서 1984년 이후 2022년까지 조성한 임도의 총길이는 2만 4929km에 달한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임도 사업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과장되고 조작된 근거를 제시하는 일부터 없어져야 한다.

2023년 12월 / 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