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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청암면 ‘탄소없는’ 명사마을에서 열린 ‘한마음 돌배축제’

지난 11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구)명사분교 운동장에서 ‘한마음 돌배축제’가 개최되었다. 청암면 소재 명사마을은 하동군이 ‘탄소없는 마을’로 지정한 마을 중 하나이며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알려져 있다. 돌배나무를 마을 가로수로 심어놓아 봄이면 마을 입구부터 시작해 마을 전체가 하얀 돌배꽃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늦가을 돌배나무 잎이 떨어지고 나면 돌배만 조롱조롱 달린 돌배나무도 꽃 못지않은 볼거리다.
청암면 명사마을 ‘한마음 돌배축제’ 의 한장면
‘마을가꾸기사업’에 선정된 명사마을은 ‘새벽이엔씨’ 김영택 이사의 도움으로 ‘주민역량강화’ 교육을 받으며 돌배막걸리, 돌배식혜, 돌배된장, 돌배간장 등 돌배제품을 개발해 축제에 선보였다. 주민들의 먹거리인 콩이나 팥, 건나물 등을 상품으로 내놓았고, 방문한 아이들이 돌배를 직접 따는 체험 프로그램도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돌배는 특히 기관지에 좋다고 알려졌으며 도라지와 생강을 넣고 짠 돌배즙은 불티나게 팔렸다. 또 돌배를 말려 차로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시식용 건돌배차는 늦가을 날씨에 효자 상품이 되었다. 무료로 제공한 돌배막걸리는 한 주전자를 맛본 사람들은 모두 더 주문했다고 막걸리 담당 주민 최기순 씨는 자랑한다. 추워서 안 팔릴 줄 알았다던 돌배식혜도 순식간에 다 나갔다고 식혜를 만든 남현자 씨는 좋아한다.
명사마을 돌배축제는 이번이 5회째로, 지난 4회까지가 마을행사였다면 이번 5회는 사실상 청암면 축제였다. ‘청암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장 정수야) 회원들과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적극적으로 일손을 보탰고 청암면 방범대원들은 나서서 주차관리를 해주었다. 이광재 청암면장은 2일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축제에 함께했고 천여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하동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산간지역인 청암면의 한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행사가 면단위 축제가 될 수 있다는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이광재 면장은 희망적으로 말한다.
명사마을 주민 박영양 씨가 ‘농자천하지대본’ 기를 들고 청암면 풍물패와 함께 돌배축제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축제 이름에 ‘한마음’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이유는, 명사마을이 길게 3개의 반으로 형성되어 있어 자주 만날 기회가 적어 마을 운영과 주민 간의 소통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마을주민들이 한마음이 되기를 희망하여 축제 이름에도 화합을 기원하는 ‘한마음’이란 의미 있는 단어를 넣은 것이라고 이형래 축제 추진위원장은 설명하며 “그래도 축제 준비와 축제 날 참석하지 않은 주민이 있다는 것은 참 안타까워요.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이래저래 참석 못 해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처음엔 여러 가지로 좀 막막했는데 주민들이 모두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니 참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라고 말한다.
마을 이장 강갑정 씨는 “이미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사시는 분들과 주민의 지인들, 멀리 떨어져 사는 자녀들이 도움을 많이 주신 것이 참 고마워요. 청암면민들도 많이 오셨고 도움도 많이 주셨어요. 면직원들도 모두 오셔서 고생 많이 하셨고 자랑할 만합니다.”라고 말한다.
축제 당일 음식은 물론 한 달 전부터 축제 준비를 위해 모일 때마다 사람들의 밥까지 일일이 챙긴 부녀회장 서윤숙 씨는 “모두 힘을 합해 한마음이 되니 삶이 성숙해진 느낌입니다. 우리 명사 주민들이 지리산을 닮아 저력이 있으신 것 같고 모두 참 좋은 분들입니다.”라고 말한다.
어렸을 적 이 마을을 떠나 진주에 살고 있다는 강씨는 “우리 고장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초청장을 받아서 왔는데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참 좋습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쓰레기 문젭니다. 사람이 많이 오니 일회용 쓰는 것까지는 이해해도 플라스틱 같은 것이 전혀 분리수거가 되지 않아요.”라고 아쉬움을 지적한다.
한 마을주민은 “너무 길게 하는 거 아닙니까? 5시면 해 떨어져 추운데 7시 반까지 행사를 하고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나... 그래도 저렇게 불을 피우니 또 그대로 운치가 있네요.”라고 피곤한 몸으로 불평을 하다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니 몸도 마음도 녹는 것 같다고 말한다.
명사마을 돌배잔치는 그동안 풀지 못했던 매듭을 어느 정도 풀어낸 듯하며 마을뿐 아니라 청암면 전체가 하나되는 ‘한마음’ 잔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12월 / 29호